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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대북외교 방침 전환...무얼 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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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청서서 북한에 대한 ‘압력’ 빼더니
아베 “조건 없이 북일정상회담 모색” 선언
‘재팬 패싱’ 우려해 북한과 관계개선 시도

[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전제 조건 없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북일정상회담을 모색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에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조건으로 했던 종래 방침에서 크게 전환한 모습이다.

최근 북한이 6자회담 참여국들과 연달아 정상회담을 갖고 있는 가운데, 일본만이 북한과 정상회담을 갖지 못하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서 일본이 소외되는 ‘재팬 패싱’에 대한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가 전제 조건 없는 북일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올해 들어 북한에 유화적 태도 보여

아베 총리는 6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회담을 갖고 “내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조건 없이 마주 앉아야 한다”고 전달했다. 이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결의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고노 다로(河野太郎) 외무상은 7일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의 발언에 대해 “(교섭의) 입구에 납치문제를 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출구는 당연히 핵·미사일·납치문제의 포괄적 해결이다”라고 설명했다.

일본이 북한에 대한 태도 변화를 보인 것은 올해 들어서부터다. 일본은 지난 3월 유엔인권이사회의 북한인권결의안 공동 발기국에서 빠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 인권결의안은 2003년 유엔인권이사회의 전신인 인권위원회에서 처음 채택된 뒤 지난해까지 인권이사회에서 16년 연속 채택됐다.

유엔에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을 촉구해 왔던 일본은 첫해부터 유럽연합(EU)과 교대로 결의안을 작성하고 상정을 주도해 왔다. 그랬던 일본이 갑작스레 초안 작성 및 상정에서 빠지기로 결정하면서 일본이 북일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사전작업에 착수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어 지난달 23일 발표한 2019년판 외교청서에서는 북한에 대해 보다 유화적인 태도를 나타냈다. 올해 외교청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에 대한 압력을 최대한까지 높인다”는 표현이 삭제된 것이다.

또 지난해까지 매년 등장했던 “북한의 핵·미사일은 중대하고 임박한 위험”이라는 표현도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발사가 없었다는 이유로 삭제했다. 대신 “국제사회가 하나가 돼 미국과 북한의 협상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표현을 추가했다. 북일 관계 항목도 3년 만에 부활시켰다.

한국에 대해서는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화해·치유재단 해산 등을 언급하며 “한국에 의한 부정적인 움직임이 잇달아 한일 관계는 대단히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고 표현한 것과 좋은 대조를 이뤘다. 일본의 외교청서는 국제 정세나 외교에 대한 일본 정부의 현상 인식과 방침을 나타내는 것으로 1957년 이후 매년 발행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블룸버그]

◆ ‘무조건 회담’, 金에 보내는 명확한 메시지

아베 총리는 지금까지 납치문제를 김 위원장에게 제기하도록 트럼프 대통령에게 여러 차례 요청하는 등 다양한 포석을 깔아 왔다. 하지만 일본을 제외한 6자회담 참여국이 북한과 각각 대화를 진행하는 가운데, 일본 정부 내에서도 “직접 회담을 하지 않으면 납치문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는 초조함이 묻어난 지적들이 제기돼 왔다.

7일 지지통신은 외무성 간부를 인용해 “북한이 지난 4일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한 직후임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가 무조건 회담을 언급한 것은 김 위원장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일본의 대북외교 자세 변화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아베 총리가 정권의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던 납치문제를 해결하고, 아울러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일본도 한 축을 담당하겠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특히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대외 외교가 활발해지면서 아베 총리는 더욱 초조함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당사자인 남북 정상은 지난해 4월과 5월, 9월 세 차례나 만났다. 미국과 북한도 지난해 6월에 이어 지난 2월 베트남에서 두 번째 만남을 가졌다. 김 위원장은 중국에는 지난해부터 올 1월까지 네 차례나 방문했다. 마지막으로 지난 4월 25일에는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도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일본의 아베 총리도 그동안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과 만남을 가졌지만 정작 납치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당사자인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는 한 차례도 만나지 못했다. 이러한 아베 총리의 초조함이 북한에 대한 외교자세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아베 자신도 일단 김 위원장과 만나서 얘기를 해야 납치문제든 뭐든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외교적 성과를 내세워 지지층 결집을 노리고자 하는 목적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北, 요지부동...효과 미지수

하지만 일본의 대북외교 방침 전환이 기대만큼 효과를 거둘 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많다. 북한은 작년 이래 일본과의 대화에 응할 수 있다는 의향을 트럼프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행동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납치문제는 이미 오래 전에 해결됐다"며 일본에 대한 불만과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 북한의 일본 비난은 연초부터 시작됐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1월 17일 아베 총리가 연두 소감에서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에 전력을 기울일 생각임을 밝힌 것에 대해 “납치문제는 해결된 지 오래”라고 반론했다.

대신 “일본은 (식민지 지배 시대에) 840만명을 강제 연행하고, 20만명의 (여성을) 성노예로 만들었다”며 “아베 정권은 명확하게 종지부가 찍힌 납치문제로 소란을 피우며 일본의 특대형 반인도적 범죄를 감추고자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나아가 “(아베 총리가 내세우고 있는) ‘전후 일본 외교의 총결산’은 과거의 죄악을 청산하는 일이다”라고 꼬집었다. 

지난 3월에는 북한 언론들이 4일 연속으로 일본을 비난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24일 노동신문이 항공자위대의 비행 훈련을 비난한 기사를 시작으로, 25일에는 조선중앙통신이 일본의 대북 독자제재 연장을 강력히 비난했다.

조중통은 논평에서 “제재를 통해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망상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베 총리를 가리켜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미련한 망동으로 자국의 미래를 파국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판하며 “일본이 지금 놓여진 상황에서 교훈을 찾고 정책 전환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며 제재를 해제할 것을 요구했다. 나아가 26일과 27일에도 정부 기관지인 민주조선 등이 일본을 비난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뉴스핌 DB]

◆ 대북 지원으로 회담 물꼬 틀까

이러한 북한의 일본 비난은 북일관계 개선을 무조건적으로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대규모 경제지원 등에 대한 일본의 양보를 얻어 내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지적도 있다.

도쿄신문은 8일 북한 관계자를 인용해 “북일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일본이 우선 인적 왕래를 인정해야 한다”며 “일본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원한다면 먼저 일본이 독자적인 대북 제재 조치로 취하고 있는 입국 금지를 해제해야 한다는 게 북한의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이 북일정상회담 개최의 물꼬가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는 “일본이 식량 지원을 하면 북한이 정상회담을 승낙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블로그에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아베 총리에게 북일회담에 ‘전면 협력하겠다’는 의사까지 밝혔다”면서 “아베 총리가 김정은과 정상회담 실현을 위해 북한에 인도주의 식량 지원을 하겠다고 제의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승낙하지 않았겠느냐”는 글을 올렸다.

이어 “김정은으로서도 동북아에서 아베 총리까지 만나야 북한 지도자로서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작업을 마무리하게 된다”며 “일본이 식량 지원이라는 ‘보따리’를 흔들면 (김정은도) 아베 총리와 만나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베 총리가 재팬 패싱 우려 등 현재의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북한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이 과연 언제쯤 아베 총리와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게 될 지 향후 일본과 북한과의 공방을 유심히 지켜볼 일이다.

 

goldendo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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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가 '조선'인가 호칭 논쟁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최슬아 숭실대 교수는 29일 "북한이라는 호명이 상대방을 한반도의 일부처럼 위치시킨다면 조선이라는 호명은 하나의 독립된 행위자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북한을 인정해야 된다는 주장은 어떤 온정적인 제안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함으로써 불안을 낮추고 관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굉장히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정치학회(회장 윤종빈)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평화 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북한인가 조선인가' 주제로 특별학술회의를 열었다. 통일부는 관련 논의를 공론화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학술회의를 후원했다. 사회를 맡은 권만학 경희대 명예교수는 "호칭은 기본적으로 식별 기능을 갖지만 정치적 호칭이 되는 순간 이데올로기를 담게 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북한은 '대한민국'을 공식 명칭으로 부르며 남쪽을 외국으로 재정의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북한' '북측'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며 토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들어서며 도어스태핑을 갖고 최근 북한 '핵시설'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김성경 "호칭은 분단 산물…'조선' 관계 전환 출발점" 김성경 서강대 교수는 "북한이라는 호명은 비공식적·약칭적 표현이지만 분단 80년 동안 누적된 정치적 의미를 가진 것"이라면서 "북한을 계속 북한이라고 부르는 한 우리 안에 북한이 계속 갇힐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학계에서는 (북한을) 조선, 북조선으로 부르는 경향이 좀 있었다"며 "남과 북의 국가 정체성이 이미 상당히 공고화돼 있는 현 상황에서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 맺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북한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평화공존이나 통일에 더 도움이 된다는 논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통일은 남북이 서로를 인정 존중하고 그 맥락 안에서 관계를 맺고 남북 주민이 통일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 권은민 "국호 사용, 국가 승인 아냐…정치가 먼저, 법은 따라간다" 권은민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DPRK'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것이 꼭 국가 승인이나 정부 승인을 구성하지는 않는다"면서 "국가 승인은 정치적 행위이고 국가 의사 표시다. 그렇게 부르더라도 국가 승인과는 무관하다라고 선언을 하면 정리가 되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관계는 법률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정치의 영역에 가까운 것 같다"면서 "과거에도 정치가 큰 틀을 규정하고 법과 제도가 따라가는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 기본합의서 제1조는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돼 있다"면서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것이 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국호 사용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는 취지의 기존 합의를 계승하는 것"이라면서 "당사자 표기는 상대방이 원하는 공식 국호를 불러주고 그것이 국가 승인은 아니다라는 것을 전제로 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군수공업을 담당하는 제2경제위 산하 중요 군수공장을 방문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이 이 공장에서 생산된 권총으로 사격하는 모습.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03.12 yjlee@newspim.com ◆ 이동기 "독일도 경멸적 호칭 쓰다 공식 국호 전환…출발은 이름" 이동기 강원대 교수는 "서독은 동독을 경멸적 표현으로 불렀지만 긴장이 격화되면서 더 큰 평화 정치에 대한 구상이 폭발했다"면서 "국제 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평화 화해 논의가 공존에 대한 요구나 필요를 폭발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독일 정치권에서는 헤르베르트 베너 전독문제부(통일부) 장관이 가장 먼저 동독 공식 국호를 사용했다"며 "당시에는 언론의 융단 폭격을 받았지만 시간이 해결해줬다. 국제법적으로는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가로 승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인내만으로도 부족하다"면서 "결국 원칙 고수와 실용주의가 결합하는 모든 출발은 국호의 제대로 된 호명이고,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근본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호칭 변경, 굴복 아닌 공존 가능성 넓히는 정치적 전략" 패널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조선 호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김태경 성공회대 교수는 "젊은 세대에는 '둘의 우리'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점"이라며 "우리가 조선을 일종의 주권 국가로서 인정하는 과정은 결국 우리에 대한 자기 인정과 그들에 대한 인정이 같이 결합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희 국립부경대 교수는 "핵심은 인정과 통일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라면서 "실질적으로 가는 데 있어서는 담론과 제도, 정치 차원에서의 접근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호칭을 바꾸는 것은 굴복이 아니라 적대를 줄이고 공존의 가능성을 넓히는 하나의 정치적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hyun9@newspim.com 2026-04-2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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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알發 쇼크에 리츠업계 초긴장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내 1호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인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자산 가치 하락과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상장 리츠 가운데 사실상 첫 디폴트 사례가 발생하면서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개별 리츠의 리스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며, 전체 시장으로 확산되는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관련 시장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하는 한편, 필요 시 유동성 지원과 함께 구조 개선을 병행하는 등 시장 안정화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AI 그래픽 생성=정영희 기자] ◆ 무너진 해외 부동산 가치…유동성 위기 예견됐나 30일 리츠업계에 따르면 제이알투자운용의 기업회생 절차 돌입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국내 대형 독립계 리츠 자산관리회사인 제이알투자운용이 2020년 국내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안착시킨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다. 벨기에 브뤼셀 중심부에 위치한 파이낸스타워와 미국 뉴욕 맨해튼의 498세븐스애비뉴 등 대형 상업용 오피스 빌딩을 기초 자산으로 편입해 운용해 왔다. 그러나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가치가 떨어지면서, 단기사채 4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지난 27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한국거래소는 전일 매매 거래를 정지하고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1월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으나 해외 자산의 감정평가서 수신 지연 등을 이유로 한 달 만인 2월 이를 자진 철회했다. 핵심 자산인 벨기에 파이낸스타워의 감정평가액이 급락하면서 현지 대주단과 약정한 담보인정비율을 초과했다. 임대료 등으로 발생한 현금 흐름을 대출 상환에 우선 충당하도록 묶어두는 캐시트랩(Cash Trap, 현금 동결)이 발동되더니 기업회생으로 이어졌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올 들어 차입 만기 도래에 따른 차환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환헤지(환율 고정 상품) 정산금 명목으로 약 1000억원의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시급하다"며 "캐시트랩 해소를 위해서는 약 7830만유로(한화 약 1354억원)의 현지 차입금 상환을 위한 추가 재원 조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일제히 꺾인 리츠주…시스템 리스크 확산은 기우? 이 같은 악재에 상장 리츠 전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실제로 한국거래소 거래 동향을 살펴보면 이날 리츠 종목들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가 큰 폭으로 미끄러진 것을 비롯해 한화리츠, 삼성FN리츠, SK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등이 급락세를 면치 못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뚜렷한 성장 가도를 달리던 리츠 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는 처지가 됐다. 한국리츠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25개 리츠의 시가총액은 9조7778억원을 기록했다. 리츠 시장은 지난해 1월 8조103억원 수준에서 같은 해 9월 9조2048억원을 돌파했고 5개월 만인 지난 2월에는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몸집을 불려왔다. 그동안 일반 주식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됐지만, 최근 코스피 강세장 속에서 안정적인 피난처로 주목받은 결과다. 법적으로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는 구조적 특성 덕분에 확실한 현금 흐름을 선호하는 투자 자금이 대거 몰린 것도 호재 원인 중 하나로 제시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파장이 전체 금융 시장으로 퍼질 것이란 예측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내 상장 리츠 22개사 중 해외 자산을 보유한 비중은 14.3%이지만, 전체 자산 기준으로 환산하면 해외 자산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국내 상장 리츠의 총투자 자산 대비 해외 자산이 차지하는 파이가 극히 작아 전이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지난달 말 자산 구성 및 투자 유형별 포트폴리오 비중을 보면 주택이 44.0%로 가장 컸다. 오피스는 35.3%에 머물렀으며 리테일 6.4%, 물류 6.4%, 혼합형 3.6%, 기타 3.2%, 호텔 1.1% 순으로 나타나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해외 오피스 리스크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수희 LS증권 연구원은 제이알리츠의 최근 기준 발행 잔액이 약 4000억원으로 전체 크레딧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일반 크레딧물과 달리 리츠가 발행한 회사채는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굴러가는 국내 크레딧 시장 심리에 타격을 주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이벤트가 단기사채 미상환으로 불거진 만큼 단기 자금 시장 경색이 회사채 시장으로 파급될까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최근 풍부한 단기 자금을 바탕으로 기업어음 금리가 안정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어 과거의 신용 위기와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 국토부 방화벽 구축 총력전…상장리츠, 자산 다각화 과제로 다만 해외 부동산 자산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리츠 종목들은 당분간 위축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해외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상장 리츠는 KB스타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마스턴프리미어리츠,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등이다. 이 중 해외 자산 구성 비중이 100%인 곳이 3개사, 50% 이상이 2개사, 50% 미만이 3개사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디앤디플랫폼리츠는 일본 소재 아마존 물류센터에 간접 투자 중이며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미국 소재 임대주택 및 대학 기숙사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해외 자산의 장부 가치 비중이 각 리츠 총자산의 5~30% 수준에 그쳐 전반적인 쏠림 현상은 없다"면서도 "해외 자산을 보유한 개별 리츠의 경우 현지 대출 약정 위반에 따른 현금 흐름 통제와 국내 채무 차환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동시에 겪을 수 있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한파도 부담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요 도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7% 떨어졌다. 고점을 찍었던 2022년과 15%나 증발했다. 런던과 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30% 넘게 폭락했다. 정부도 사태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방화벽 구축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김이탁 제1차관 주재로 금융위원회, 한국부동산원, 금융감독원 등 관계 부처를 긴급 소집해 점검 회의를 열었다. 리츠 시장 전반의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응 방향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부실화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일 합동 검사에 착수했으며,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최대주주가 되는 앵커리츠를 공급하고, 변동성이 통제 수준을 넘어설 경우 채권 및 자금 시장 안정 프로그램 규모를 즉각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태 수습을 넘어 리츠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장 리츠의 주가를 궤도에 올려놓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보의 투명성이 담보된 상태에서 시장 상황에 맞게 자금 조달의 유연성을 높여주고, 우량 자산 편입과 리츠 간 합병을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며 "자산관리회사 역시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운용 현황과 배당 전략 등을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불신을 거둬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6-04-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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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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