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유통, 수익배분, 자금 등 다양한 요인 작용
더 나은 서비스 위한 인력 확충도 필요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가수는 앨범과 음원을 내고 영화는 DVD를 발표한다. 뮤지컬도 마찬가지다. 작품 속 넘버를 OST 앨범으로 제작하기도 한다. 관객은 앨범을 통해 공연의 여운을 오래 느끼게 된다. 하지만 뮤지컬 OST 앨범은 팬들의 무수한 요청에도 잘 나오지 않는 상품이기도 하다.
뮤지컬 '윤동주, 달을 쏘다' OST 앨범 녹음 현장 [사진=서울예술단] |
지난 3월,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가 다섯 번째 공연과 함께 OST 앨범을 발매했다. 그동안 OST 출시 문의가 끊이지 않아 2016년에는 3곡의 음원 발매가 있었고, 모든 넘버와 시낭송이 수록된 OST 발매를 이번에 처음 한 것. 초동 물량 2000장이 순식간에 완판되면서 1000장 이상을 추가 제작해야 할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다.
뿐만 아니다. 지난 2017년에는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OST 앨범을 사기 위해 대학로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긴 줄이 형성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지난해에는 뮤지컬 '록키호러쇼'가 17년 만에 OST 앨범을 제작했으며, 올해 초에는 뮤지컬 '랭보'의 OST 앨범이 발매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뮤지컬 '트레이스 유' '호프'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키다리 아저씨' '해적' '킹아더' 등의 OST 앨범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뮤지컬 OST 앨범이 발매되면 대부분 품절이다. 많지 않은 양을 제작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팬들의 갈증이 크다는 방증이다. 인기가 많은 뮤지컬의 주요 넘버를 음원으로 발매하는 경우는 자주 볼 수 있다. 그러나 전체 곡으로 OST 앨범을 제작하는 것은 또다른 문제다.
뮤지컬 '랭보' OST 앨범 [사진=클립스튜디오] |
가장 큰 문제는 저작권과 유통이다. 기본적으로 OST 제작 결정은 공연 기획단계에서 이미 끝나는 데다, 공연과 별도로 진행된다. 라이선스 뮤지컬의 경우 원작자와 협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더욱 힘들다. 애초에 판권을 어느 정도 범위로 사느냐에 따라 다르다. 작곡가는 물론 가창하는 배우들 모두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 최근에는 더블, 트리플, 쿼드러플 캐스팅까지 등장해 의견 조율만도 난항이다. 특히 소속사가 따로 있는 배우들의 경우, OST 제작은 더욱 요원하다.
한 공연 관계자는 "뮤지컬 OST 제작은 공연 제작사와 배우 소속사의 계약관계나 이해관계, 수익 배분 때문에 앨범 발매하기가 참 힘들다. 특히 가수 출신 배우들은 더 까다롭고, OST 앨범을 내더라도 빠지거나 따로 제작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앨범 제작 비용도 만만찮다. 몇 장을 찍느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기본적으로 녹음, 스튜디오 대여, 인쇄 등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천차만별이다. 들어가는 품에 비해 수익이나 마케팅 효과도 미미하다.
또다른 공연 관계자는 "OST 앨범을 구매하는 분들은 이미 회전문(한 공연을 여러 번 관람) 관객이다. 제작사에서도 OST 앨범으로 큰 돈을 벌고자 하는 목적은 없다. 사실 수익은 정말 적다. 작품을 사랑해주시는 팬들에게 기념이 되고 보답하는 차원에서 진행하는 거다. 대극장의 작품은 네임 밸류도 있고 일반 관객도 사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은 작품 자체의 팬들이 사는 경우가 98%"라고 설명했다.
뮤지컬 '팬텀' OST [사진=핫트랙스] |
대형 제작사를 제외하고 대부분 제작사가 겪는 인력 부족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OST 앨범 제작을 위한 여분의 인력이 필요하지만 실상은 마케팅이나 홍보를 담당하는 이가 함께 맡고 있다. 또 뮤지컬 OST 앨범은 온라인 판매보다는 극장 내 MD 부스에서 더 많이 팔리기 때문에 추가 인력은 필수다.
이와 관련, 한 공연 관계자는 "OST 앨범은 정말 관객을 위한 서비스다. 하지만 제작되는 과정도 힘들지만 판매되는 과정에서 더 나은 서비스를 하기엔 인력이 너무 부족하다. 공연 제작 외에 새로운 사업, 부가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지만, 관객과 제작사 모두 만족하기 위해서는 이를 제대로 할 수 있는 환경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