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멜리 노통브 <도가머리 리케> 무대로
오세혁 작가, 이대웅 연출, 배우 백석광, 정인지 의기투합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외모를 극복하고 사랑하는 전형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외모를 극복하는 것도 맞지만 그것보다는 스스로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두 남녀의 이야기다.
연극 '추남, 미녀' 공연 장면 [사진=예술의전당] |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연극 '추남, 미녀'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서 이대웅 연출은 "작품에 대한 오해를 한 상태에서 공연이 끝난 후 그걸 깼으면 한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찾은 사람들의 만남에 집중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연극 '추남, 미녀'는 벨기에 출신 베스트셀러 작가 아멜리 노통브가 2016년 발표한 소설 <도가머리 리케>를 무대로 옮긴 작품이다. 오세혁 작가 겸 연출가가 재창작을 맡았으며, 이대웅 연출이 특유의 감각으로 풀어낸다.
이대웅 연출은 "평소에 소설을 공연화시키는 작업을 많이 하는 편이다. 아멜리 노통브라는 작가가 고전 동화 '도가머리 리케'를 가지고 다시 쓰기를 시도했다. '다시 쓰기'를 했다는 것이 제가 하는 작업과 맥락이 같았고,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작품은 천재 조류학자로 성장한 추남 데오다와 눈부신 외모 때문에 멍청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감내해야 했던 미녀 트레미에르의 운명적 만남을 재기 넘치게 풀어낸다.
연극 '추남, 미녀' 배우 백석광(왼쪽부터), 정인지, 연출 이대웅 [사진=예술의전당] |
이 연출은 "원작에서 엔딩은 두 남녀가 만난 후 뒷이야기가 더 있다. 그러나 공연에서는 두 남녀가 만나면서 끝난다. 만나기까지의 과정과 만남을 더 중요시했다"며 "처음에는 '얼굴 탐사'라는 테마로 플래시백을 구성했다면, 배우들과 만나며 처음부터 원작을 자세히 훑었다. 사람들의 이야기가 쌓이면서 어디로 도달하느냐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데오다 역은 배우 백석광이 맡는다. 데오다는 '부모마저 놀라게 한 흉측한 얼굴'로 태어난 꼽추다. 너무 예쁜 미모로 고충을 겪는 트레미에르 역은 배우 정인지가 맡는다.
백석광은 "추함을 표현해야 하는데, 비하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최대한 심리적으로 표현해보고자 했다. 심리가 위축됐을 때 신체가 구부러지고 반대일 때 펴지는 식이다. 추함이라는 게 타자의 시선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데오다는 추해서, 트레미에르는 예뻐서 인생의 굴곡이 있다. 그 끝에 서로가 만났을 때 운명적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공연 중에 그런 느낌이 드는 건 참 드문데, 이 작품의 미덕인 것 같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연극 '추남, 미녀' 백석광 [사진=예술의전당] |
2인극이 처음인 정은지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밀도가 있었다. 더블 캐스트였다면 느끼지 못했을 기운이나 감정들을 훨씬 더 강하게 느꼈다"며 "배우뿐 아니라 연습을 같이 진행했던 스태프와도 너무 호흡이 좋았다. 실수나 딜레이도 알아서 해줄 거라는 믿음, 모든 것을 다 믿고 맏길 수 있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두 사람의 캐스팅에 대해 이 연출은 "아름다움과 추함의 기준은 개인마다 다르다. 연극에서 비주얼로 미녀와 추남을 보여주는 것은 너무 일차원적인 것 같았다. 작품의 이면에 다가가기 위해 예쁘고 추한 배우가 아닌 매력있는 배우를 찾고 싶었다"며 "백석광 배우는 스펙트럼이 넓고 변주가 굉장히 장기인데다 해석력도 뒤어나다. 정인지 배우도 집중력과 내면의 아름다움이 엄청나고 폭발력이 있다. 두 사람 다 캐릭터와 싱크로율이 좋다. 제가 배우 복이 있다"고 만족감을 전했다.
데오다 역의 백석광과 트레미에르 역의 정인지는 총 20여 개의 역할을 종횡무진한다. 두 남녀와 그들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을 죄다 맡는 것. 특히 정인지는 시종일관 의상과 헤어스타일을 바꾸며 다양하게 변신한다.
연극 '추남, 미녀' 정인지 [사진=예술의전당] |
정인지는 "연습실에서는 이렇게까지 바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무대에 오르니 연출님께 뒤통수를 맞은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걱정이 많았지만, 이렇게 많은 변화가 훨씬 캐릭터를 더 살리는 것 같다"고 밝혔다.
작품 속에서 조류학자인 데오다의 저서를 통해 새가 매우 상징적으로 등장한다. 이 연출은 "원작에서 새는 야생동물 중 인간과 가장 가까우면서도 먼 존재 혹은 인간을 내려다보기도 하고, 가장 자유로운 존재 등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 새를 통해 고정관념의 시선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관객들에게 편견과 선입견 없는 진실한 모습과 가치를 발견하는 만남의 소중함을 선사하는 연극 '추남, 미녀'는 오는 24일부터 5월 19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