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원서 분쟁 심리 절차 시작하자마자 화해 발표
애플, 韓·中 기업들 5G 스마트폰 내놓자 '조바심'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퀄컴과 대규모 소송을 벌이다 최근 합의한 애플이 합의료로 퀄컴에 최대 60억달러(약 6조8000억원)을 지급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투자은행 UBS의 티모시 아쿠리 분석가는 18일(현지시간) 투자 노트를 통해 애플은 아마도 퀄컴에 50~60억달러(약 5조7000억~6조8000억원)를 지급하고 소송을 해결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고 미국 경제매체 CNBC뉴스가 보도했다. 또 그는 애플이 아마 퀄컴 지침에 따라 특허 로열티로 아이폰 한 대당 8~9달러(약 9000~1만원)를 지불키로 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애플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일회성으로 지급한 추정 합의료 50~60억달러는 애플이 소송전에 돌입하며 퀄컴에 지급을 중단한 로열티일 가능성이 크다고 아쿠리 분석가는 바라봤다. 이는 애플뿐 아니라 아이폰을 위탁생산하는 협력 업체들까지 소송전에 가세하면서 합산된 금액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애플과 퀄컴은 스마트폰 특허 분쟁에서 화해했다고 발표했다. 애플이 퀄컴의 특허 사용료 청구액이 부당하게 높다며 270억달러(약 30조7000억원)로 추정되는 손해배상금을 청구한 소송에 대한 심리 절차가 지난 15일 미국에서 시작되자마자 애플이 손해배상을 받기보다 오히려 특허료를 지불하는 쪽으로 백기를 든 셈이다.
로열티 지급 외에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애플은 퀄컴의 모뎀 칩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 2년 전부터 분쟁 시작..결국 애플이 '백기'
애플과 퀄컴의 분쟁은 2017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애플은 퀄컴의 과도한 특허 사용료 청구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은 폭스콘 등 협력업체들에도 특허 사용료를 지불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에 퀄컴도 맞불로 지식재산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는 등 양측의 싸움은 글로벌 싸움으로 번졌다.
애플은 미국 외에도 중국에도 비슷한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고, 퀄컴은 미국과 중국, 독일 등에 애플이 허가없이 자사 기술을 사용했다고 소송을 냈다. 이에 지난 1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샌디에이고 연방 지방법원에서는 배심원 선정을 시작, 애플의 소송과 퀄컴의 맞소송에 대한 심리 절차를 진행했다.
퀄컴 [사진=로이터 뉴스핌] |
애플과 협력업체인 폭스콘, 페가트론, 위스트론 콤팔 일렉트로닉스는 수년간 퀄컴에 약 90억달러(약 10조2000억원)의 로열티를 초과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퀄컴은 미국 독점금지법에 따라 손해배상금으로 이보다 3배인 270억달러를 지불할 상황에 처했다.
반면 애플 측은 손해배상금으로 150억달러(약 17조600억원)를 내야할 입장에 몰렸다. 퀄컴은 협력업체를 비롯한 애플 측으로부터 75억달러(약 8조5000억원)의 로열티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는데, 판결이 퀄컴에 손을 들어주는 쪽으로 나면 액수는 두 배로 불어난다.
◆ 백기 이유는 '5G'..퀄컴 압박에는 성공
애플이 손해배상금 보상 주장에서 합의료 지급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은 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소송전부터 단계적으로 퀄컴 칩 사용을 중단했던 애플은 2016년 아이폰 일부 기종에만 인텔 모뎀칩을 채택하다 2018년 가을 신(新)모델에서는 퀄컴 칩 사용을 아예 중단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퀄컴 칩을 사용한 중국 기업 등이 5G 스마트폰을 발표하고, 한국 기업도 5G 사용 스마트폰을 내놓자 인텔 칩을 채택한 애플은 위기감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전 세계 무선통신 규격의 개발을 선도하는 퀄컴과 달리 인텔은 모뎀칩 분야에서 경쟁력이 없다. 애플이 통신 반도체 자체 개발에 착수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지금 반도체에 투자했다고 해도 시장에 나오려면 3~4년이 걸린다"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인텔은 애플과 퀄컴이 전격 합의에 이르자, 곧바로 5G 모뎀 칩 사업 철수를 발표했다.
퀄컴과 모든 소송을 취하하기로 한 애플은 5G 모뎀 칩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게 됨에 따라 5G 스마트폰 개발에 몰두할 수 있게 됐다. 다만, 16일 뉴욕 증시에서는 퀄컴 주가가 23% 폭등한 반면, 애플 주가는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구체적 합의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주식 시장은 일단, 애플이 퀄컴에 양보했다고 본 것이다.
애플이 소송을 통해 퀄컴에 압박을 준 데서는 성공했다는 평가도 있다. 퀄컴의 라이선스 사업 모델은 회사 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상당하다. 퀄컴의 회계연도 지난 1분기(10~12월) 매출액은 라이선스 사업과 칩 판매 부진으로 전년동기 대비 20% 감소했다.
그럼에도 아쿠리 분석가는 애플이 퀄컴의 라이선스 사업에 모델에 압박을 가하기 위해 비싼 대가를 치렀다고 평가했다.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