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북아일랜드 비무장 시위대에 발포한 피의 일요일 사건 사법처리
국방부는 “군인 보호위해 최선..관련 제도 바꿀 것”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영국 검찰은 14일(현지시간) 지난 1972년 북아일랜드에서 발생한 ‘피의 일요일(Bloody Sunday)’ 사건 당시 비무장 시위대에 발포했던 전직 군인 1명을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이날 성명에서 이번에 기소된 ‘군인 F’가 피의 일요일 사건 당시 시민 2명을 살해하고 나머지 4명도 살해하려 했다는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과 BBC 방송 등이 보도했다.
그러나 검찰은 ‘군인 F’ 이외에 16명의 전직 영국 공수부대원과 2명의 아일랜드공화국군(IRA) 등 나머지 18명에 대한 조사 결과 이들을 기소할 만한 증거가 불충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검찰 발표를 앞두고 시위를 하고 있는 피의 일요일 유가족들 [사진=로이터 뉴스핌] |
‘피의 일요일 사건’은 1972년 1월 30일 당시 북아일랜드 런던데리에서 영국인과 동등한 권리 등을 요구하던 비무장 가톨릭교도 시위대에 공수부대가 총격을 가한 사건이다. 영국군의 발포로 현장에서 13명이 사망했고 14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부상자 중 1명도 이후 숨졌다.
영국 정부는 당시 사상자 일부가 총기나 폭발물을 가지고 있었으며, 시위대의 선제공격 위협과 극도의 혼란 속에 군인들도 발포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북아일랜드는 역사적으로 영국의 지배와 차별에 항거해왔다. 피의 일요일 사건은 이같은 현대 ‘북아일랜드 분쟁사’에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다. 평화적 독립운동을 벌여온 북아일랜드 가톨릭교 신자들은 이 사건을 계기로 무장투쟁을 주창해온 IRA에 대거 가담하게 된다.
1972년 '피의 일요일' 사건 당시 총상을 입은 시민을 옮기는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후 1998년 벨파스트 평화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영국과 북아일랜드 간 테러와 유혈사태가 끊이지 않았고 이로인한 사망자는 3500명에 달했다.
영국 정부는 벨파스트 협정이후 ‘피의 일요일’ 사건 발포에 대한 재조사에 착수했고 2010년에 발표된 '새빌 보고서'는 당시 시위대가 비무장 상태였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후 북아일랜드 검찰도 현장 발포 군인 들을 사법처리하기 위한 수사를 벌여왔다.
한편 ‘피의 일요일' 피해자 유족들은 이날 검찰이 단 1명의 가해자만 기소한 데 대해 실망했으며 나머지 관련자들도 기소될 수 있도록 법적 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아알랜드 검찰 책임자인 스테펜 헤론은 이와관련, “유족들의 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 매우 힘드 하루”라면서도 “엄격한 증거 주의에 따라 다른 관계자를 기소하기에는 근거가 충분치 않았다”고 해명했다.
반면 개빈 윌리엄슨 국방장관은 성명을 통해 " 퇴역 군인에 대한 복지는 무엇보다 중요하며 우리는 오늘 결정과 관련된 개인에 대해 법률비용을 포함해 가능한 한 모든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정부는 이와 관련한 법적 시스템을 개혁할 것이다. 우리의 전현직 군인들이 지속적으로 기소에 대한 공포 속에 살아갈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일부 단체들도 IRA의 폭탄 테러와 무장활동 관련자들은 벨파스트 평화 협정에 따라 면죄부를 받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기소는 형평성을 잃은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