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 회사채 디폴트, 1년 새 4배 늘어
개인 투자가 비중은 그대로...신중히 접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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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백진규 김지완 기자 = 2018년 5월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 회사채 채무불이행(디폴트). 7월 왕젠(王健) 하이항(HNA)그룹 회장 돌연사. 2019년 2월 중국민생투자(CMIG) 회사채 거래정지, 같은 달 칭하이성투자그룹(QPIG) 3억달러 역외 회사채 디폴트.
지난해부터 중국 회사채 디폴트가 늘면서 위험 경고가 꾸준히 나오고 있는 가운데 기관은 물량을 전량 회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의 중국 회사채 투자에는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중국 회사채 지급불능규모는 1206억위안(20조원)으로 전년 338억위안(5조7000억원) 대비 4배 가량 확대됐다. 올 들어 발생한 중국 기업 디폴트만 모두 120억위안(2조원)에 달하며, 올해 말까지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규모는 4조8000억위안(809조원) 이른다.
중국민생투자 건물 [사진=바이두] |
◆ 연이은 중국 회사채 디폴트, 올해는 규모 더 커질 것
지난해 11월엔 중국 CERCG의 ABCP 1650억원이 전액 부도처리됐다. CERCG측이 자구책을 밝혔으나, 현대차증권(500억원) 등 11개 투자기관의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올해 2월엔 중국 대형 투자회사 중국민생투자의 회사채가 문제를 일으켰다. 만기때 원금 상황을 하지 못했다. 뒤늦게 부동산 매각을 통해 원금을 상환했지만 회사채 거래정지는 피하지 못했다.
중국민생투자는 KEB하나은행과 합작회사 중민국제융자리스를 운영하고 있고, 중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시중은행들도 중국민생투자에 대출한 것으로 전해져 피해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올해 2월엔 칭하이성투자그룹(QPIG)이 3억달러 규모의 달러표시 회사채 이자를 지급하지 못해 디폴트가 발생했다. 중국 국영기업이 해외서 디폴트를 낸 건 20년 만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0일 보고서를 통해 중국 경제 리스크로 기업부채와 부동산 경착륙 가능성을 꼽았다. 보고서는 "단기간 내 대규모 부실화 및 부동산 경착륙이 발생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면서도 "향후 중국의 성장구조 전환 및 대외협력 방식 변화 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 시그널을 보냈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과거 중국 부채 문제가 지방정부에 국한됐다면 최근엔 일반기업들에서 나타나고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기업 신용문제는 중앙은행에서도 손 쓸 수 없는 문제로, 정부가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할 만큼 문제가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중국과 교역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중국 문제 확대시 환율, 수출, 소비 등 다양한 부분에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기업 레버리지 규모 비교 [자료=한국은행] |
주전신(朱振鑫) 중국 루스(如是)금융연구원 연구원은 "당국이 부채 비율 줄이기 위해 부실기업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면서, 앞으로 디폴트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국내서 중국 회사채에 얼마나 투자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중국 내에서 디폴트가 확산하면서 우리의 피해 사례도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개인투자액은 그대로…시중은행채도 방심해선 안 돼
13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적격외국기관투자가(QFII)를 통해 우리나라가 보유한 중국 회사채는 지난해말 기준 7451달러로 사실상 제로(0) 수준이다. 2016년 말 139만달러에서 물량의 99.9%가 빠져나갔다.
하지만 중국 회사채에 대한 개인투자금에는 변화가 없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달러표시 중국채권펀드' 설정액은 13일 기준으로 98억원, 블랙록운용의 '차이나 채권펀드' 설정액은 119억원으로 지난해 초와 별반 차이가 없다.
운용매니저의 지나치게 낙관적인 중국 시장판단 속에 개인투자금이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조동혁 블랙록자산운용 본부장은 지난달 14일 운용보고서를 통해 "위안화 채권 시장은 중국의 예상치를 하회하는 경제지표 발표, 화웨이의 CFO가 캐나다에서 체포되는 사건으로 인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 확대됐다"며 "인민은행의 지속적인 유동성 공급으로 인한 채권 금리 하락 등이 펀드 수익률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올해 위안화 절상 기대감에 힘입어, 일부 블라인드 사모펀드 등에서 중국 회사채를 담았을 수도 있다"며 "일부 운용사는 단기 자금 운용에 중국 회사채를 이용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반면 크레딧 업계에선 중국 회사채 시장에 대해 전혀 다른 판단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4월 나이스신용평가는 중국 광다(光大, 광대)은행 서울지점을 'AA+'등급으로 평가하면서도 자산건전성 악화 우려를 표했다. 김선경 나신평 수석연구원은 "광다은행은 중국 업계 12위 은행이나, 국유기업 구조조정 등 공급측 개혁이 지속돼 추가적인 자산건전성 저하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광다은행의 부실여신비율은 2013년 말 0.7%에서 2017년 1.6%까지 상승했고, 같은 기간 충당금적립율을 339.6%에서 152.0%로 낮아졌다.
김혜원 한국투자신탁운용 리테일영업본부 부장은 "그림자 금융, 대환대출, 부동산 리스크 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대형 시중은행이 발행한 은행채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bjgchi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