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19일 '시험 유출' 숙명여고 공판
검찰 "교무부장, 시험지 문제·모범답안 결재...사전에 볼 수 있는 것"
변호인 "쌍둥이 딸 시험지에 정답 도출 과정 보여"
[서울=뉴스핌] 노해철 기자 = 쌍둥이 딸에게 시험지 유출 의혹을 받는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의 공판에서 검찰과 변호인은 문제 유출 여부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24단독 이현경 판사는 19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현모(52)씨에 대한 2차 공판을 열었다.
검찰 측은 현씨가 교무부장으로서 시험 과정 전반에 대한 업무를 담당한다는 점을 들어 시험 문제 유출 가능성을 주장했다.
5일 저녁 서울 강남구 숙명여자고등학교. 2018.09.05. sunjay@newspim.com |
검찰은 이날 출석한 숙명여고 지리 교사 A씨에게 “교무부장은 정기 고사 전 고사 담당자가 제출한 시험 문제나 시험 모범답안지 등에 대한 결재라인에 있다”며 “시험 문제를 사전에 볼 수 있는 것인데,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이에 A씨는 “현씨가 딸에게 문제를 유출할 것이라고 상상한 적이 없고, 다른 일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다보니 놓쳤던 것 같다”고 답했다.
현씨의 변호인 측은 쌍둥이 딸들의 시험지에서 문제 풀이한 흔적이 있어 답을 미리 알았다고 보기 힘들다고 맞섰다.
현씨의 변호인은 A씨에게 쌍둥이 자매의 1학년 2학기 지리과목 중간·기말고사 시험지를 제시하면서 “학생이 풀이로 정답을 도출한 것으로 보이는지, 정답을 알고 형식적으로 한 것이냐”고 물었다.
A씨는 “옳은 것을 묻는 객관식 문제에선 아닌 보기를 답에서 배제하고, 주관식은 단답형 문제라 답을 적었다”며 “객관식은 풀이 과정이 보이지만, 주관식은 판단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검찰과 변호인은 1차 공판 때 공방을 벌인 내신 성적과 전국 모의고사 성적 간의 관계에 대한 이견을 보였다.
검찰은 쌍둥이 딸 중 언니의 문학 과목 성적이 전교 1등인 반면, 지난해 전국 모의고사에서는 성적이 저조한 점에서 의심스럽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반면 변호인 측은 “내신과 모의고사의 연계성은 명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현씨는 자신의 쌍둥이 딸이 숙명여고에 입학한 지난해부터 올해 1학기까지 총 5차례의 기말·중간고사 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혐의로 지난달 구속 기소됐다. 쌍둥이 두 딸은 소년보호사건으로 송치돼 서울가정법원 소년부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1차 공판에서 “현씨의 딸 중 동생은 465명 중 265등을 기록하다가 2학기 때는 전교 4등이 되고, 다음 학기에는 전교 1등이 된다”면서 “이렇게 비약적으로 성적이 상승하는 게 가능하느냐”고 증인에게 물었고, 증인들은 가능하다는 취지로 답했다.
숙명여고 시험문제 유출 의혹은 현씨의 쌍둥이 딸들의 성적이 단기간에 빠르게 오르면서 불거졌다.
쌍둥이 딸은 지난해 1학년 1학기 당시 각각 전교 59등과 121등에서 다음 학기에 전교 5등과 2등을 한 뒤, 지난 학기에 문·이과에서 1등으로 성적이 올라 문제가 사전에 유출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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