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아진 지갑 사정에 세뱃돈 부담
친척과 비교도 스트레스에 한몫
직장인 62.8% "설연휴 부담된다"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마음 같아서는 다 5만원씩 주고 싶지만..."
설 연휴를 앞두고 만난 4년차 중소기업 직장인 이모(33)씨는 고민을 토로했다. 그는 조카들에게 어느 정도의 세뱃돈을 줘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에게는 대학생 2명, 중·고등학생 2명, 유치원생 3명으로 총 7명의 조카가 있다.
지난해까지는 '사회초년생'이라는 신분을 방패 삼아 유야무야 넘어갔지만, 이제는 모른 척하기엔 주변 눈치가 보인다. 직장에서도 자리를 잡았으니 어릴 적 일가친척에게 받은 '은혜'에 마땅히 보답해야 할 터인데, 문제는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다는 거다. 이씨는 "차량 할부금에 자취방 월세만 내더라도 버거운 상황인데 '쪼잔한' 삼촌이 되지 않으려면 얼마나 줘야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매년 찾아오는 설 연휴마다 세뱃돈 탓에 한숨만 내쉬는 직장인이 많다. 오랜만에 친척들이 한데 모이는 자리다 보니 돈 나갈 곳은 많은데, 지갑 사정은 팍팍해서다. 1만원씩 주자니 적은 것 같고, 5만원씩 주자니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나이에 따라 달리 주자니 기준이 모호하고 남세스럽다.
다른 친척의 세뱃돈과 비교 대상이 되는 것 역시 찝찝하다. 이씨는 "물론 지금은 나이가 어리니 적게 줘도 그러려니 하겠지만 불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숨길 수 없다"면서 "조카에게 주는 용돈을 아끼려 한다는 핀잔을 들을까 어디 가서 하소연하기도 뭐하다"고 말했다. 이씨의 주변에는 이같은 이유로 일부러 명절에 친척들과 만나지 않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실제로 취업정보 사이트 '벼룩시장구인구직'이 직장인 1154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62.8%는 다가오는 설 연휴가 '부담되고 스트레스'라고 답했다. 설 연휴가 부담스러운 가장 큰 이유는 '선물, 세뱃돈 등 경제적 부담 때문에'(47.2%)로 집계됐다. 가장 부담스러운 지출 항목은 '선물 및 세뱃돈’(37.5%)이 가장 많았다.
연령별로는 40대가 느끼는 스트레스가 가장 심했다. 40대의 경우 무려 71%가 설 연휴가 부담되고 스트레스처럼 느껴진다고 답했다. 다음은 50대(67.2%), 60대 이상(61%), 30대(58.9%), 20대(50.5%) 순이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해 직장인 138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생의 세뱃돈은 1만원이 적당하다는 의견이 52.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중·고등학생은 5만원(37.5%)이 가장 높았고, 대학생은 5만원(36.6%)과 10만원(35.9%)이 비슷한 비율을 보였다.
sunj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