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두 차례 2억원 특활비 제공…청와대에 총 4억원 상납
재판부 “MB, 피고인에게 직접 자금지원 요청한 것 아니다”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장 특수활동비(특수사업비) 4억원을 청와대에 상납한 혐의를 받는 김성호(69) 전 국정원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자금지원 요청이 김 전 원장을 통해 이뤄진 게 아니라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김연학 부장판사)는 31일 오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국고등손실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 전 원장의 선고 공판을 열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에 억대의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의혹을 받는 김성호 전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2월 8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2018.02.08. q2kim@newspim.com |
재판부는 “2008년 3월 내지 5월경 피고인 지시로 청와대 정무수석실에 전달했다고 하는 2억원에 대한 직접적 증거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증언이 유일하다”면서 “김 전 비서관은 대선 전후로 이명박 캠프의 자금을 관리했고 다른 경위로 받은 돈을 가져온 기억과 혼동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같은 해 4월 내지 5월 추가로 2억원을 상납한 것과 관련해서도 “(피고인으로부터 지시를 받았다는) 김주성 전 국정원 기조실장은 최초 검찰 조사 당시 2억원 전달 사실 자체를 부인하다 국정원 이모 전 예산관이 자신의 지시를 받고 김 전 비서관에 2억원을 전달했다고 하자 그제서야 기억난다고 했다”면서 “이러한 진술번복은 실제 자금 요구자를 은닉하고 비호함과 동시에 자신의 형사책임을 경감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었는지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당시 청와대 공직윤리지원관이 작성한 문건에는 피고인의 교체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있었고, 실제로 피고인은 2009년 2월경 국정원장직에서 교체되는 등 당시 청와대에 협조적인 인물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관련 사건에서 논란이 됐던 ‘회계관계직원’에 대한 부분도 “국정원장은 회계관계직원이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정원 실무상 구체적인 예산 지출은 매월 각 부서에서 예산안을 작성해 기조실장에게 보고한 후 기조실장의 전결로 이루어진 것”이라며 실질적인 회계관계직원은 국정원 기조실장이라고 보았다.
앞서 김 전 원장은 국정원장 재직 시절인 2008년 3월과 5월 사이 특수활동비를 상납하란 이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특수활동비 2억원을 전달하고, 추가로 국정원 예산 담당관을 통해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에게 2억원을 전달해 국고손실 등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당시 피고인이 국정원장으로 지명된 후 재산 형성과정 등 각종 의혹이 제기돼 임명에 대한 보답을 할 필요가 있었고, 향후 편의 제공을 받기 위해 자금을 상납했다고 주장했지만 김 전 원장은 이를 모두 부인해왔다.
이 전 대통령의 1심 재판부는 이 부분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바 있다.
검찰은 선고가 끝난 뒤 “다수 관련자들의 진술들과 배치될 뿐 아니라 이미 선고된 이명박 전 대통령 사건의 1심 판결과 배치된다”며 항소할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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