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재 "통화정책, 미 연준 금리인상 보폭에 영향 받을 것"
한은 관계자 "국제금융시장서 미 금리 동결 가능성 높아져"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일 "올해 통화정책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보폭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올해 미 연준의 금리동결 가능성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 이 총재의 발언이 올해 한은의 금리동결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는 분석이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태평로 한은 본부에서 가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에 있어 국내 여건도 중요하지만 연준의 스탠스가 어느 때보다 더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 "올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하되 경기 지표에 따라 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 연준의 입장"이라며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늦춰진다면 금융시장 안정 차원에서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이형석 기자] |
이 총재는 앞서 신년사에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데 이어 최근 속도조절에 나선 미 연준의 통화정책을 비중있게 언급하면서 올해 첫 시그널을 시장에 던졌다. 지난해 12월 미 연준은 기준금리를 25bp 인상했지만 향후 기준금리 인상 일정을 제시하는 점도표(Dot plot)를 통해 올해 금리 인상 횟수를 종전 3회에서 2회로 하향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미국 연준이 연중 1회 인상, 더 나아가 동결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현재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 연준이 올해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며 "한은도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은 올해 3월 25bp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0.0% 반영했다.
시장에서 연준의 '속도 조절' 가능성이 커지는 배경은 경기 둔화 우려감이다. 작년 연말 미국 국채 단기물과 장기물 역전 현상이 나타나면서 경기 침체 우려에 불을 당겼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도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변수다.
이를 반영해 대신증권은 올해 미국 금리인상이 상반기 중 1회 인상(금리 상단 2.75%)에 그치고 한국은 기준금리 1.75%로 연간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높아진 향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금리가 당분간 가파르게 상승할 여지는 제한적"이라며 "한국은 연간으로 지속적으로 금리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경빈 신한은행 증권운용부 부부장은 "올해 미 연준의 금리 인상 횟수가 줄어들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다만 연내 동결 보다는 2~3회에서 1~2회로, 1~2회에서 1회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관측했다. 현재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미국보다 0.75%포인트 낮은 상태다. 연준이 올해 한 차례 인상에 그친다면 금리차는 1%포인트에 머문다.
아울러 이 총재는 이날 올해 우리 경제에 대해 "국내외 여건을 보면 우호적인 게 별로 없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물가에 대해서도 "유가가 생각보다 큰 폭으로 떨어져서 당초 전망을 밑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은이 금리를 올리기엔 성장과 물가 모두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시그널을 보낸 셈이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