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 교사, 20대 총선 당시 SNS에 정치 관련 기사 공유
원심 “’공유하기’만 했어도 선거운동 될 수 있어”
대법 “’공유하기’는 정보 저장 기능도 있다”…파기환송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선거 관련 인터넷 기사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단순히 '공유하기' 한 행위만으로는 선거운동이라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20대 국회의원 선거 무렵 신문 기사를 페이스북에 공유해 선거 운동을 한 혐의로 원심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 받은 사립학교 교사 조모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다고 18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20일 오전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18.11.20 kilroy023@newspim.com |
재판부는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이란 특정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한다는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능동적이고 계획적인 행위를 말한다"며 "단순히 선거와의 관련성을 추측할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후보자의 당락을 도모하는 행위임이 명백히 인식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사립학교 교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인 견해나 신념을 외부에 표출한 것이 선거와 관련된다고 하더라도, 섣불리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속단해서는 안 된다"며 "언론 기사를 단순히 1회 '공유하기' 한 행위만으로는 특정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하려는 목적의사가 명백히 드러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게시글의 내용은 언론의 인터뷰 기사에 불과하여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사립학교 교원인 조 씨는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무렵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공유하기'를 통해 선거 관련 인터넷 기사를 총 7차례 게시했다.
이 중 5차례는 기사 링크와 더불어 새누리당 및 국민의당 후보자들을 비방하는 조 씨 개인 의견도 함께 게시해 특정 후보자의 당선을 저지하기 위한 선거 운동을 한 혐의를 받았다. 공직선거법상 사립학교 교원인 조 씨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반면 나머지 2개의 게시물은 조 씨의 의견 표현 없이 오직 기사 링크만 공유돼 있었다.
1심 재판부는 "페이스북 계정에 글을 직접 작성하거나 공유하여 게시한 행위는 특정 후보자가 당선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선거운동에 해당한다"며 "피고인에게는 선거운동을 한다는 고의가 있었다고 충분히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페이스북 계정에 공유한 글의 표현과 링크된 신문 기사 등의 내용을 고려할 때 후보자들의 부정적 인식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는 취지다.
다만 1심 재판부는 의견 표현 없이 단순히 신문 기사 링크만 공유된 2개의 게시글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해당 공유 글은 단순히 신문 기사가 링크되어 있을 뿐, 피고인의 어떠한 의견도 기재돼 있지 않다"며 "특정 후보자를 당선시키기 위해 신문 기사가 링크된 글을 공유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검찰 측은 단순히 기사를 공유해 페이스북에 게시한 것으로도 선거운동에 해당한다며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검찰의 항소 일부를 받아들였다.
2심 재판부는 "페이스북의 '공유하기' 기능도 선거운동 제한을 피하기 위한 탈법 수단으로 활용될 여지가 많다"며 "피고인이 공유한 신문 기사 내용은 새누리당에 대한 비판적 내용이 포함돼 있어 단순히 언론기사를 공유한 것이 아니라, 후보자의 낙선을 도모하는 행위로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2심 재판부는 조 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아무런 글을 부기하지 않고 언론의 인터넷 기사를 단순히 1회 '공유하기' 한 행위만으로는 특정 선거에서 특정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하려는 목적의사가 명백히 드러났다고 보기 어렵다"며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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