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무역 협상을 하루 앞두고 글로벌 외환시장이 숨을 죽였다.
협상 결과에 따라 달러화와 위안화부터 신흥국 통화까지 외환시장의 향방이 크게 엇갈릴 수 있기 때문.
중국 위안화 [출처=블룸버그] |
이른바 G2(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지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환시 트레이더들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번 무역 협상을 둘러싼 베팅이 그리 간단치 않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내년 초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이 보류되는 소위 ‘휴전’이 이뤄지더라도 위안화의 추세적인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고,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된다 하더라도 달러화 강세에 적극 베팅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연초 이후 달러화는 주요 통화에 대해 4%에 이르는 상승을 나타냈다. 무역 마찰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달러화 상승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이번 주말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회담에서 돌파구 마련이 불발, 미국이 관세 인상 및 추가 관세를 강행할 경우 달러화의 상승 탄력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이번에는 미국 소비자들이 관세에 따른 직접적인 충격에 노출, 미국 경제 펀더멘털 역시 중국과 함께 기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기존에 시행된 관세의 경우 중국 위안화 급락과 함께 양국 유통업체들이 선제적으로 거래 물량을 늘린 데 따라 충격이 상당 부분 상쇄됐지만 앞으로 무역 마찰이 고조될 경우 미국 역시 후폭풍을 피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런던 소재 인사이트 인베스트먼트의 폴 램버트 외환 헤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무역 마찰 악화를 겨냥한 달러화 상승 베팅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며 “관세가 인상되거나 추가로 단행될 경우 중국뿐 아니라 미국까지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30일(현지시각) 크레디트 스위스(CS)에 따르면 월가의 트레이더들은 조심스럽게 위안화 상승에 베팅, 무역 협상의 긍정적인 결과에 대한 기대를 내비치고 있지만 이 역시 적중하기 어려운 전략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연초 이후 위안화 하락의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이외에 양국 금리 차이와 이에 따른 자본 유출 리스크가 자리잡고 있고,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극적인 돌파구 마련에 성공하더라도 위안화의 반등은 단기적인 움직임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의 조지 마리스칼 신흥국 최고투자책임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무역전쟁 이전에도 위안화 하락 압박이 작지 않았다”며 “중국의 경제 개방 확대와 예금자들의 금융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따른 외화 수요 확대가 위안화를 끌어내리는 구조적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스티븐 로치 예일대학교 연구원은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은 장기적인 경제 냉전에 돌입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미국의 자본주의와 중국의 사회주의 체제의 충돌이 전개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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