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 공장 추진 염두에 두고 증설 결정...SK 투자도 자극"
삼성SDI "美 추가 증설, 시장 상황 보며 검토 중"
[서울=뉴스핌] 유수진 기자 = 삼성SDI가 미국 내 전기자동차 배터리 팩 공장의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며 조만간 배터리 셀 생산공장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증설이 미국 현지 생산거점 구축을 위한 선제적 투자란 분석이다.
삼성SDI가 '2017 프랑크푸르트 모터쇼(IAA Cars 2017)'에서 전기차 대중화를 선도할 수 있는 다기능 팩과 로우 하이트 팩 등 다양한 배터리 제품을 전시한 모습. [사진=삼성SDI] |
30일 배터리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삼성SDI는 현재 약 700억원(6200만 달러)을 투자해 미국 미시간주 오번 힐스에 있는 전기차 배터리 팩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팩'은 배터리의 기본 단위인 '셀'을 여러 개 묶어 만든 '모듈'을 조립해 배터리관리시스템(BMS)과 냉각장치 등을 추가한 것으로, 전기차에 장착되는 배터리 시스템의 최종형태다.
삼성SDI는 이번 투자가 지난 2015년 인수한 다국적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 슈타이어 배터리 팩 공장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 내 고객사의 수요가 늘고 있어 이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증설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삼성SDI가 미국 현지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을 짓기 위한 포석으로 이번 증설을 결정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지금까지는 국내(울산)나 유럽(헝가리)에서 생산한 배터리 셀로 만든 모듈을 받아 미국에서 조립, 현지 시장에 대응해 왔지만 이번 증설로 생산량 확대가 가능해진 만큼 셀 공장 추진을 검토하는 게 자연스럽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배터리 공장을 지어 현지에서 생산한 제품으로 시장 대응에 나서겠다고 발표하자 조만간 삼성SDI도 미국 공장 건설을 추진할 거란 예상이 많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의 미국 투자가 삼성SDI에겐 자극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번 팩 공장 증설도 셀 공장 신설을 염두에 두고 결정한 것으로 본다"고 귀띔했다. 만약 삼성SDI가 미국에 셀 공장을 짓기로 결정한다면 최소 수천억원 수준의 추가적인 투자가 이뤄지게 된다.
다만 삼성SDI 관계자는 "이번 증설은 미국에서 전기차 배터리 고객사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또한 "배터리 셀 공장이나 팩 공장 등 미국에 대한 추가 증설은 시장 상황에 따라 검토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현재 삼성SDI는 국내 울산과 중국 시안, 헝가리 괴드시 등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시설을 마련, 글로벌 3각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는 상태다. 경쟁사인 LG화학은 일찌감치 '국내(오창)-유럽(폴란드)-미국(홀랜드)-중국(남경)'을 잇는 4각 생산체제를 구축했으며, 지속적인 증설을 통해 생산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최근 미국(조지아) 공장 신설 계획을 발표, 국내(서산)와 유럽(헝가리), 중국(창저우)에 이어 네번째 글로벌 생산기지를 마련해 적극적으로 시장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uss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