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의원, 13일 '대한민국 이대로 가야하나' 특별강연회 개최
"탄핵 때 당 지킨게 누구인가…홍준표는 실패, 김병준은 동력 잃어"
"새로운 리더십 필요…빨리 전당대회 열어 구심점 뽑아야"
"집나간 사람 다시 들이는 건 통합 아냐"…연일 보수연대 확산 주력
[서울=뉴스핌] 이지현 기자 = 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이 내년 2~3월로 예정된 한국당 당대표 선출 전당대회에 사실상 출사표를 던졌다.
정 의원은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20여개 보수시민단체를 모아 '대한민국 이대로 가야하나'라는 주제로 특별강연회를 열었다. 이날 강연회에는 500여명에 이르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참석했다.
특별강연회였지만 사실상 정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 선언식과 다름 없었다. 그동안 정 의원이 차기 당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정치권 안팎의 전망은 많았지만 정 의원은 공식적으로 출마 선언을 하지는 않았다.
행사가 시작된 후 상영된 정우택 의원 소개 영상에서는 '이 시대에 필요한 리더십, 이 시대가 원하는 능력자', '모두가 떠나고 무너진 당을 지켜낸 자가 누구인가', '대한민국의 더 큰 미래를 향한 비전을 제시하는 인물', '정우택이 답이다'는 문구가 잇따라 흘러나왔다.
◆ "탄핵 당시 당 살려내는데 온 힘을 쏟았다…전당대회 빨리 열고 구심점 뽑아야"
정 의원은 강연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원내대표직을 맡았던 당시를 언급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이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한민국 이대로 가야하나'라는 주제로 시국강연회를 개최했다. 2018.11.13 [사진=정우택 의원실] |
그는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됐다. 탄핵되고 1주일 후에 얼떨결에 원내대표에 당선됐다"면서 "당시 원내대표실에 갔더니 직원하나, 연필 하나도 없었다. 당시 새누리당 사무처 직원 300명이 당이 망했다며 출근 거부, 당무 거부를 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어 "당시 제 소임은 사람으로 따지면 심폐소생에 들어간 사람을 구해내는 것이었다"면서 "건드리기만 하면 당의 존재조차 없어질 한국당을 보수적통으로 지켜야겠다고 생각하고 당을 살려내는데 모든 힘을 쏟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러분이 도와줘서 대통령 후보도 만들어 안철수 후보보다 앞섰고, 작년 7월 홍준표 전 대표에게 당권을 넘겨줬다"면서 "홍 전 대표의 소임은 당을 재건하는 것이었는데, 올해 6월 지방선거에서 폭망했다"고 비판했다.
홍 전 대표의 당 운영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정 의원은 그러면서 최근 가동되고 있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 의원은 "최근 전원책 변호사와 하는 것을 보니, 십고초려 해서 데려와놓고 문자로 해촉했으면 김병준 위원장이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정치적 실책을 한 셈이다. 많은 사람들이 비대위에 기대를 걸고 비대위가 잘해줬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이제 동력을 잃은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거기다 253개 당협위원장을 전부 사퇴시켰다. 당협이 가장 기본조직인데 다 사퇴시키면 어떻게 하냐"면서 "당원이 선출한 정당성 있는 당 대표가 나와 구심점이 돼 야당을 끌고 가야 행동에 정당성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이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한민국 이대로 가야하나'라는 주제로 시국강연회를 개최했다. 2018.11.13 [사진=정우택 의원실] |
◆"제도권 밖의 시민단체들과 보수통합 해야…집 나간 사람 데려오는건 통합 아냐"
최근 보수진영에서는 '보수통합'이 키워드로 떠올랐다. 2020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승기를 쥐려면 어떤 형태로든 보수 진영이 뭉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바른미래당 등 보수정당이 힘을 모으거나, '반문(反文, 반문재인) 연대'를 통한 보수통합 등이 봇물 터진 듯 화두로 거론된다.
정 의원도 이날 '보수통합'을 강조했다. 다만 정 의원이 구상하는 보수통합은 결이 조금 달랐다.
그는 "내년 총선에서 우리가 승리하고 대선의 기반도 닦으려면 조건이 있다. 보수가 뭉쳐야 한다"면서 "보수 대통합이라고 언론에서 많이 나오는데, 대부분 탄핵 당시 집 망한다고 뛰쳐나간 사람들을 다시 오게 하는 것을 통합이라고 하더라. 그건 통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다음 당대표 되는 사람은 제도권 밖에 건전한 시민단체들이 많다. 훌륭한 인적자원도 많다"면서 "그분들과 많은 네트워킹을 통해 훌륭한 인재들이 21대 때 국회에 들어와 투쟁력있게 싸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렇게 할 수 있는 당대표가 필요한 때다. 1년 정도 끊임없이 노력해 제도권과 제도권 밖에 있는 분들과 교류해야 한다"면서 "당에도 시민교류국을 만들어 제도권 바깥에서 많은 것을 수렴할 네트워킹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13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우파재건회의 모임에서 참석자들이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우택 의원, 김문수 전 지사, 김진태 의원, 심재철 의원, 조경태 의원, 유기준 의원. yooksa@newspim.com |
정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보수 시민단체의 광범위한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 친박계(친박근혜) 의원들은 최근 곳곳에서 토론회와 모임을 갖고 복당파를 제외한 보수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도 심재철·정우택·유기준·조경태·김진태의원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모임을 갖고 보수통합과 조기전당대회에 대한 뜻을 모았다.
이 자리에서 정 의원은 "화합과 단합으로 뭉쳐지는 리더십을 가진 당대표가 나왔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이라면서 "그 과정에서 지난번 여러 과정에서 보수 분열을 일으켰던 분들은 전면에 나서주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진태 의원도 "이제 빨리 비대위 활동을 마무리하고 조기 전대 개최를 요구한다"면서 "하루라도 빨리 전대를 열어서 새로운 리더십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반성을 해도 우리가 하고 개혁을 해도 우리가 한다"고 강조했다.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