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균요법학회, 항생제 내성 전문가 포럼
2050년 연간 항생제 내성 사망자 1000만명
"내년 원헬스 사업 시작하지만…인력 충원 안 돼"
[서울=뉴스핌] 김근희 기자 = 항생제 사용이 늘어나고 있지만, 정부 지원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항생제 사용량 감소를 위해 항생제 전담관리부서를 세우고, 관련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석훈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가 13일 '2018 항생제 내성 예방주간 전문가 포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근희 뉴스핌 기자] |
대한항균요법학회는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2018 항생제 내성 예방주간 전문가 포럼'을 개최한다. 이번 포럼은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후원한다.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2016~2020년)' 세부 과제에 대한 점검과 민, 관, 학이 함께 정책제안을 하는 것이 목표다.
이날 포럼 시작에 앞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김성민 대한항균요법학회 회장은 "2050년에는 항생제 내성균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연간 1000만명에 이른다"며 "항생제 내성균을 억제하지 않는다면 우리 다음 세대는 매일매일 세계 대전을 치루 듯 위협에 시달리며 살게 된다"고 말했다.
영국 국가항생제 내성 대책위원회(AMR)의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에 연간 1000만명에 이르는 항생제 내성균 감염병 사망자가 발생한다. 이는 2차 세계대전 때의 연간 희생자 수와 맞먹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항생제 내성균을 억제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항생제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항생제 오남용이 항생제 내성균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생제 사용량은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의 경우 하루 1000명당 34.8명이 항생제 처방을 받고 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1.1명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국내 총 항생제 처방량은 2002년 하루 1000명당 15.9명에서 2013년 24.2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배현주 한양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항생제 사용량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의사만 통제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며 복지부 산하 '항생제 전담관리부서' 설립 등을 제안했다.
영국 보건국은 적정 항생제 사용 교육 프로그램과 처방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항생제 사용량을 줄인 의원에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그 결과 2014년에서 2015년 사이 항생제 처방량은 의원급 4.3%, 병원급 5.8% 각각 감소했다.
또 배 교수는 "적정 항생제 사용을 유도하는 프로그램인 '항생제 스튜어드십'을 위한 전문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항생제 내성균이 전파하지 않도록 중소병원, 장기요양병원 등의 감염관리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내성균 확산의 중요한 장기적 거점이 되는 중소병원이나 장기요양병원은 내성균 보균 현황 파악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감염관리를 위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내년부터 시행하는 '원헬스 항생제 내성균 사업'의 인프라 구축도 시급한 문제다. 원헬스는 사람뿐 아니라 동물·환경 전체를 대상으로 항생제 사용량을 줄이고 내성균 확산을 방지하는 개념이다.
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5개 부처는 내년부터 사람·동물·환경 간 내성 기전과 전파 규명을 위한 연구·개발(R&D)을 진행한다. 그러나 현재 관련 인원과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정석훈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각 부처의 원헬스 사업 담당 연구사들 인력이 부족하지만, 증원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심한 경우 담당 연구사 배정이 0.5명으로 돼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인프라가 부족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며 "정부의 도움과 관심 없이는 원헬스 사업이 성공하기 힘들다"고 했다.
이날 오후 열리는 포럼에서는 관련 전문가들이 △ 항생제 스튜어드십의 개선 및 확대 필요성 △ 감염에 취약한 요양병원 감염관리 확대 등 항생제 내성균 전파 차단 △ 사람·동물·환경 전반에 걸쳐 항생제 사용량을 줄이고 내성균 확산을 방지하는 원헬스 접근 전략 등을 발표한다.
k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