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업적 뒤에 숨겨진 내면의 아픔과 애민사상 집중
내달 2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공연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우리가 알던 세종은 어떤 사람인가. 그동안 드라마나 영화에서 다루던 익숙한 세종의 모습부터, 상상만 했거나 혹은 상상조차도 못 했던 세종의 이면을 뮤지컬 '1446'이 묘사한다.
뮤지컬 '1446' 공연 장면 [사진=HJ컬쳐] |
뮤지컬 '1446'(연출/작곡 김은영)은 세종대왕의 일대기를 그리지만 조금 더 깊이 파고들어 왕이 되기까지의 과정, 한글 창제 당시 세종의 고뇌와 아픔, 애민사상 등을 조명한다. 지난한 고통의 과정 속에서도 한글을 창제할 수밖에 없었던 세종의 드러내지 못했던 이야기를 상상과 곁들여 한층 진한 감동을 전한다.
극은 세조의 아버지이자 태조 이성계를 도와 조선 건국에 결정적 기여를 한 태종 이방원으로부터 시작한다. '피의 군주' 이방원과 그의 아들 양녕대군과 충녕대군(세종)의 일반적인 부자, 형제 관계에서 방탕한 양녕대군 대신 충녕대군이 세자로 책봉되면서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다. 근엄하고 카리스마 가득한 이방원은 물론, 각각의 캐릭터가 짧은 시간에도 완벽하게 설명되면서 관객의 몰입을 순식간에 도운다.
뮤지컬 '1446' 공연 장면 [사진=HJ컬쳐] |
세종은 매우 인간적인 왕으로 표현된다. 세자로 책봉된 순간부터 피로 이루어진 왕좌를 이어받는 것에 괴로워했고, 형(양녕대군)이 아니었으면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유유자적한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원망했다. 예상보다 훨씬 나약한 심성이었지만, "살리는 왕이 되겠다"는 올곧은 고집은 있었다. 때문에 매번 간섭하는 아버지와 무시하는 대신들에게도 지지않았다. 여린 모습부터 우리가 흔히 알고 있었던 이미지까지, 극 중 세종은 계속해서 변화하면서 공감을 자아낸다.
주목할 인물은 또 있다. 바로 전해운과 소헌왕후. 전해운은 유일하게 창작된 캐릭터로, 세종에게 반감을 가지고 그를 죽이려까지 한다. 그러나 공연 말미에 세종의 애민사상에 감화되는 인물이기도 해, 세종의 이야기를 더욱 극적으로 만들어준다. 역사상 가장 내명부를 잘 다스렸다고 전해지지만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소헌왕후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흔들리는 세종을 잡아주며 끊임없이 용기를 북돋아주는 숨은 공로자다.
뮤지컬 '1446' 공연 장면 [사진=HJ컬쳐] |
공연은 한편의 대서사시를 웅장하고 화려하게 보여준다. 무대는 쉼 없이 바뀌는데, 이를 8개의 장지문 패널을 통해 마법처럼 연출한다. 장지문이 모이고, 펼쳐지고, 이동하면서 배우가 나타나고 사라지고, 소품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등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또 강렬한 조명과 천 등은 붉은 피를 시작으로 다양한 상징적 은유로 활용돼 극의 긴장감을 더한다. 또 건반, 드럼, 기타, 베이스 등 현대적 악기와 해금, 대금 등이 어우러진 음악에 한글을 활용한 아름다운 가사까지, 단 한 순간도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
배우들의 연기는 물론 완벽하다. '세종' 역은 정상윤과 박유덕, '태종' 역은 남경주와 고영빈, '전해운' 역은 박한근과 이준혁, 김경수, '소헌왕후' 역은 박소연과 김보경, '양녕대군/장영실' 역은 최성욱과 박정원, '운검' 역은 김주왕과 이지석이 맡는다. 이들보다 더 대단한 사람들은 바로 앙상블. 부던한 연습으로 이루어진 완벽한 합은 각종 군무는 물론, 현란한 칼싸움과 무술까지 훌륭하게 소화해낸다.
뮤지컬 '1446' 공연 장면 [사진=HJ컬쳐] |
초연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공연은 완성도가 높다. 지난해 트라이아웃에 이어 올해 2월 영국 웨스트엔드를 방문해 콘텐츠 개발에 힘쓴 노력이 그대로 엿보인다. 무엇보다 과거의 이야기임에도 현재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또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점도 작품이 가진 경쟁력이라 할 수 있겠다. 뮤지컬 '1446'은 오는 12월2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공연된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