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기업들이 신음소리를 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면전으로 인해 숨통이 막힌다는 얘기다.
상품 가격 인상과 공급망 변경 등 기업 경영자들이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온갖 대응책을 동원하고 있지만 이미 이익률에 흠집이 발생했고, 상황은 내년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미국 로스엔젤레스 항구 [사진=블룸버그] |
5일(현지시각) 도이체방크가 S&P500 기업 가운데 3분기 실적을 공개한 기업의 75%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목재부터 곡물까지 미국 원자재 수출이 광범위하게 둔화됐고, 옷걸이부터 중장비까지 수입품 가격이 일제히 치솟은 것으로 파악됐다.
주요국과 관세 전면전이 본격화된 기간을 감안할 때 충격의 범위와 깊이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것이 도이체방크의 주장이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목재 업체 웨이어호이저는 지난 9월24일 중국의 5% 보복 관세로 인해 수출이 대폭 줄었다고 밝혔다. 중국 건설 경기가 여전히 호황을 연출하고 있지만 관세가 일격을 가했다는 분석이다.
철도 업체 유니온 퍼시픽 역시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로 인해 곡물 수출이 계절적인 특수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워싱턴 포스트(WP)는 중국이 대두 수입을 중단한 데 따라 미국 농가가 막대한 규모의 재고 물량을 끌어안은 동동걸음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장비 업체 캐터필러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올해 하반기 이익이 예상치인 1억~2억달러의 하단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유니폼 제조 업체인 신타스는 수입 옷걸이 가격이 상승하면서 이익률 압박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반도체 칩 업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무역 마찰로 인해 올해 연간 매출총이익률이 최소 1.4%포인트 위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전 및 소형 기기 업체인 스탠리 블랙 앤 데커 역시 관세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이익률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가뜩이나 이른바 ‘피크 어닝’에 대한 우려가 주가에 하락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 관세 충격이 가시화, 증시 전망을 더욱 흐리게 하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리인피니티브에 따르면 3분기 S&P500 기업의 매출액은 8%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최근 4분기 사이 최저치에 해당한다.
S&P500 지수에 편입된 130개 기업이 이번 어닝 시즌 ‘차이나 트레이드’ 혹은 ‘무역 전쟁’ 용어 사용 회수는 600회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내년 초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이 현행 10%에서 25%로 인상될 경우 상황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말 주요 20개국(G20)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무역 협상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자신감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지만 시장 전문가들의 시각은 회의적이다.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의 데이비드 레프코위츠 주식 전략가는 투자 보고서를 통해 관세 인상으로 인해 기업들의 이익 성장률이 2~3%포인트 후퇴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글로벌 경기 전반에 대한 경고도 제기됐다. 이날 골드만 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전세계 경제가 정점을 이미 지났다고 판단하고, 하강 기류에 대비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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