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싱가로프 등 日 기업 사업 거점으로 급부상
시장 규모 아직 작고, 환율 리스크 등은 단점
[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일본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 동남아시아(ASEAN·아세안)로 사업 거점을 옮기는 경향이 선명해지고 있다고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중국의 인건비 급등에 따른 제조 기업들의 이탈과 내수 성장을 기대하는 소비재 기업들의 동남아 진출이 이어지면서 해외 주재원 수와 대외 투자금액 모두 아세안이 중국을 역전했다.
일본 외무성의 해외 주재 내국인 수 조사에 따르면 아세안의 일본인 주재원은 2017년에 2012년 대비 32% 증가한 8만3000명을 기록했다. 반면, 중국은 16% 감소한 7만명을 기록하며 최근 5년 새 아세안이 중국을 추월했다.
아세안은 북미(5만5000명)와 유럽(3만명)보다도 훨씬 많은 주재원을 파견, 해외에서 일본인이 가장 많이 일하는 지역으로 자리매김했다.
중국은 반일 감정이 극에 달했던 지난 2012년을 기점으로 일본인 주재원 수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인건비 상승이나 현지 기업과의 경쟁 격화로 중국 사업을 축소하는 일본 기업들도 속속 나타났다.
니콘은 지난해 중국 장쑤(江蘇)성의 디지털카메라 공장을 폐쇄했으며, 자동차 판매에서 고전하던 스즈키도 지난 9월 중국 내 생산 철수를 결정했다. 중국에서 한때 600개 점포를 운영했던 대형 여성복 업체 ‘허니즈홀딩스’는 인터넷 쇼핑몰과의 경쟁으로 판매 부진을 겪으며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반면, 아세안 국가들은 일본인 주재원이 증가 일로에 있다. 태국은 2012년 대비 33% 증가한 3만3000명으로 늘어났고, 싱가포르도 28% 증가한 1만3000명까지 늘었다. 닛폰유센(日本郵船)과 상선미쓰이(三井), 가와사키키센(川崎汽船)이 컨테이너선 사업 통합회사를 싱가포르에 설립하는 등 해외 사업의 본사 기능을 아세안에 두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하노이 로이터=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9월 12~13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세안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강경화 외무장관(왼쪽)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2018.09.13 |
일본 기업들의 아세안 시프트에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중국 제품에 대한 제재 관세를 부과하면서 수출 거점을 중국에서 아세안으로 옮기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파나소닉은 카스테레오 등의 차량용 전자기기 사업 거점을 중국에서 태국 등 아세안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태국이나 말레이시아도 인건비가 높아지면서 노동집약형 산업의 경우 주변국으로 진출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경제 개방이 추진되고 있는 미얀마는 일본인 주재원이 2017년 1200명으로 2012년에 비해 7배나 증가했다.
사람뿐 아니라 대외 투자도 동남아시아로 향하고 있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에 따르면 일본의 아세안 직접투자는 2017년 220억달러(약 25조원)으로 2012년 대비 두 배로 증가했다. 한편, 중국은 96억달러로 30% 감소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의 국제여신통계에서도 투자 자금의 아세안 시프트는 선명하다. 일본 은행들에 의한 해외 여신액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필리핀 등 주요 5개국에서 2018년 3월 말 851억달러를 기록하며 5년 전에 비해 45% 증가했다. 반면, 중국은 7% 감소한 307억달러에 그쳤다.
하지만 중국에 비해 아세안의 시장 규모가 너무 작고, 대부분 신흥 시장이라는 점에서 환율 리스크 등의 위험 요소가 많다는 점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2017년 명목GDP는 중국이 12조달러인 데 반해, 아세안은 4분의 1 이하인 2조7000억달러에 불과하다. 오는 2022년에는 중국이 20조달러, 아세안이 4조달러로 격차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또한 아세안은 군부 쿠데타가 종종 발생하는 등 정치 리스크가 커 통화 하락에 따른 투자수익 감소 등 환율 리스크도 지적되고 있다. JETRO는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처를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