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연준 금리인상 '막막'
기술주 자금 대거 이탈 가능성
"하원 민주당 장악시, 최대 15%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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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기업들의 '장밋빛' 성장 전망에 기대어 내달렸던 뉴욕 증시가 동력을 잃고 있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기업들의 낙폭이 수년만에 최고치에 이르자 미국 기업들의 호시절은 막을 내렸다는 인식이 시장 전반에 깔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미국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 가운데 절반가량이 3분기 실적을 공개한 가운데 월가의 순이익 전망치를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이룬 종목이 실적 발표 전후 4거래일 사이 평균 1.5% 하락했다고 마켓워치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2011년 2분기 이후 최대 낙폭에 해당한다.
발표 기업의 77%가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놨다. 5년 평균 71%를 웃도는 결과다. 제조와 에너지, 기술 업계 전반에 걸쳐 어닝 서프라이즈가 나타나고 있지만, 향후 성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감은 커지고 있다. 3분기 수익성이 시장의 기대치에 미달한 기업의 경우 4거래일 평균 3.8% 떨어졌다. 5년 평균치인 2.5%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트레이더 [사진=로이터 뉴스핌] |
◆ 트럼프 관세·연준 금리인상 '막막'
성장 전망에 먹구름을 드리운 것은 정책 불확실성이라는 데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연방준비제도(Fed)의 적극적인 금리 인상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면전에 따른 충격이 매수 심리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판단이다.
금융 자문사 퍼스털 캐피탈의 크레이그 브릭 최고투자책임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업 이익이 여전히 탄탄하다"며 "하지만 투자자들이 실적 호조의 영속성에 대해 강한 의문을 내비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다 큰 그림에서 볼 때 2016년 대선 이후 이어진 이른바 트럼프 랠리의 종료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이후 세금 인하와 친기업 성향의 정책에 기대 파죽지세로 올랐던 주가가 무역 전쟁을 포함한 정책 리스크 및 중간 선거 결과를 둘러싼 불확실성에 백기를 들었다는 얘기다.
커다란 기대를 모았던 법인세 인하는 예상했던 것만큼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애플을 포함한 대기업의 해외 이익금 환입도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반면 철강과 알루미늄을 포함한 대규모 관세에 따른 충격은 가시화되기 시작했고, 내년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25%로 인상할 경우 실물 경기의 타격이 더욱 클 것으로 우려된다.
◆ 기술주 자금 대거 이탈 가능성
이같은 기업 성장 전망에 대한 우려는 그동안 뉴욕 증시를 떠받쳤던 기술주 흐름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주 아마존과 알파벳은 부진한 매출에 주가가 수년 만에 최대폭 하락했고, 대형 기술주가 포진해 있는 나스닥지수는 최근 고점에서 10% 이상 하락하며 공식 조정장에 들어섰다.
아마존과 구글 등 기술주가 포함된 성장주가 지난 수 년간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성장 전망 덕분에 상승해왔지만, 이제 기술주에 몰린 투자 자금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는 '대순환'이 시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로이터는 이 투자금이 가치주로 이동할 수 있다고 봤다.
성장에 대한 우려뿐 아니라 정치권 우려도 투자 심리를 압박하는 요인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국민투표가 될 오는 11월 6일 중간선거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크다. 네이트 실버 538에 따르면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할 가능성이 86%로 점쳐진다.
신흥 시장 투자의 대부로 불리는 마크 모비우스는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공화당이 상원을 유지, 민주당이 하원을 탈환해 워싱턴이 정치적 교착 상태에 빠지면 S&P500지수가 10~15% 추가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P500 지수는 지난 9월 사상 최고치에서 이미 9%가량 하락했다.
모비우스는 공화당이 하원을 뺏기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산층 감세 정책 등을 밀고 나가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