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바늘테러까지 호주 농가 피해 '재앙' 수준
SNS상에서 "딸기를 먹어 치우자(#SmashAStrawb)" 해시태그 확산
정치인·유명인, 딸기 먹는 사진·관련 레서피 등 올려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딸기에 이어 바나나, 사과 등 과일에서 바늘이 발견돼 발칵 뒤집혔던 호주에서 시민들과 정치인들이 앞장서 소비 장려 캠페인에 돌입했다. 잇따른 바늘 테러로 생계 위협을 받고 있는 현지 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현재 바늘이 든 딸기는 가장 처음 발견된 퀸즐랜드주를 포함해 총 6개 주 전역에서 발견 신고가 접수됐으며, 최소 6개의 딸기 브랜드가 타격을 입었다. 바늘 등 금속 물질은 딸기뿐만 아니라 바나나와 사과에서도 발견됐다.
호주 정부에 따르면 최소 100건의 바늘 신고가 접수됐는데, 이중 상당수는 거짓 신고이거나 모방 범죄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에 위치한 대형마트 울월스(Woolworths) 매장에 소비자 알림 문구와 함께 딸기가 진열돼 있다. 최근 바늘테러로 딸기 가격이 하락한 가운데, 소비 장려 캠페인으로 딸기 소비가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하지만 갑작스런 바늘 테러에 국내 소비는 물론 수출까지 비상이 걸리면서 호주 현지 농가가 입은 피해는 상상 이상이었다. 퀸즐랜드주에서만 150곳에 달하는 딸기 농가가 매 시즌 총 1만5000톤에 달하는 딸기를 생산하며, 수익 규모는 최대 1억6000만달러에 달하는 수준이다.
뉴사우스웨일즈주 소재 호주 딸기협회 한 대표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는 호주 딸기의 대부분을 생산하는 퀸즐랜드주 농업인들에게 닥친 재앙”이라고 표현했다.
올해 기록적 가뭄으로 가뜩이나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와중에 바늘 테러 사태가 일주일을 넘기면서 소비가 급감하자 호주 전역에서는 농가를 살리기 위한 캠페인이 시작됐다.
바늘 테러로 인해 문제가 된 딸기 브랜드들은 판매 중단 조치를 취했다는 소비자 알림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시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딸기를 먹어 치우자’는 해시태그(#SmashAStrawb)를 달아 딸기 소비를 장려하기 시작했고, 정치인 등 유명인들까지 해시태그 운동에 동참하면서 캠페인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마크 맥고완 서부 호주 주총리는 자신의 공식 트위터에 “서부 호주인 여러분, 국내 농가를 지원합시다”라면서 “딸기를 반으로 잘라 먹어치웁시다”라면서 해시태그를 달았고, 호주 정치인과 유명 SNS 스타들도 ‘딸기를 먹어 치우자’ 해시태그와 함께 직접 딸기를 먹는 사진을 올려 소비를 장려했다.
'딸기 퇴출 말고 잘라 드세요'라는 문구가 국민당 트위터에 올라와 있다. [사진=국민당 트위터] |
또 일부는 딸기가 들어간 스무디나 케이크, 딸기잼 등 자신들이 좋아하는 딸기 관련 레서피를 직접 올려 눈길을 끌었고, 호주 국민당은 자체 SNS에 “딸기 퇴출 말고 잘라 드세요(Cut’em up. Don’t cut’em out)”라는 캠페인 이미지를 올렸다.
한편 호주 정부는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해당 범죄를 저지른 자는 최고 15년형에 처할 수 있다면서 종전에 밝힌 10년형에서 수위를 높였다. 이는 아동 음란물 소지나 성추행에 부과되는 징역 10년형보다 높은 수준이다.
스콧 모리슨 신임 총리는 “(바늘 테러는) 웃기지도, 장난이라 할 수도 없는 일”이라면서 “열심히 일한 호주 농가의 생계가 위험에 처하게 됐고, 아이들도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바늘테러 범죄자들에게) “숨은 겁쟁이”라면서 “이 나라에서 그딴 짓을 한다면 우린 끝까지 당신을 찾아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사태로 호주산 딸기 주요 수입국인 뉴질랜드가 판매 중단을 선언하고, 러시아와 영국서도 일부 수입 업체들이 딸기 수입을 금지하면서 딸기 수출에도 비상이 걸린 가운데, 정부는 19일부터 금속탐지기와 방사선 탐지기를 동원해 모든 수입용 딸기를 검열하기로 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