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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일렉 회사채, 흥행 실패...이유는 실적부진

기사입력 : 2018년09월14일 14:50

최종수정 : 2018년09월14일 18:05

올 상반기 271억 적자...'중동' 부진, 전망도 불투명
내년 흑자 전환해도 신용등급 하향 트리거 우려

[서울=뉴스핌] 김지완 기자 = 현대중공업그룹의 계열사인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이하 현대일렉)이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쓴 맛을 봤다.

상반기 적자를 내며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 우려가 있는데다 조선업황 부진으로 현대중공업그룹 실적개선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19일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현대일렉(A-, 안정적)이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총 1500억원 모집에 2200억원이 참여했다. 평균 경쟁률은 1대 1.47이다. 발행에 성공하기는 했으나 최근 회사채 시장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결과다. 

동일 등급으로 같은날(11일) 회사채 수요예측을 한 금호석유화학(A-, 긍정적), 포스코건설(A0, 안정적)은 각각 7.7대 1, 6.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또 한 등급 아래인 한화건설(BBB+, 안정적) 역시 지난 6일 500억원 모집에 2260억원(경쟁률 4.52대 1)의 매수주문이 들어왔다. 

반면 현대일렉의 2년물은 700억원 모집에 750억원만 매수 의사를 표시할 정도로 썰렁했다.

울산 조선소 전경 [사진=현대중공업]

유태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회사채 시장은 BBB까지는 등급 민평 뿐만 아니라 개별민평 언더(아래로) 흥행이 이뤄지는 상황"이라면서 "조금만 '괜찮다'고 판단되면 시중에 넘쳐나는 유동성 자금들이 회사채로 몰리는 형국이다. 현대일렉은 겨우 면피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일렉이 흥행이 잘 안된 이유는 상반기 실적이 적자상태에 놓인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현재 실적으로는 등급 하향 트리거에 걸려있다"면서 "내년 흑자전환 전망이 나오긴 하지만 수익성이 예전처럼 좋아지기 어려워 실적이 등급하향 트리거에 걸릴 것 같다. 시장에서는 재무비율에 대한 신경을 많이 쓴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일렉은 올 상반기 27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매출액은 전년대비 12.9% 감소한 1조9000억원을 기록했고, 올 상반기 역시 전년동기대비 9.6%의 매출감소가 나타났다. 

◆ "첫 발행에 기관 투자 유니버스에 없었을 것, 현대중공업 부진도 영향" 

현대중공업그룹 실적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채권업계 관계자는 "현대일렉은 현대중공업에서 분할해 나온 회사다보니 현대중공업그룹 판단을 하면서 수요예측에 불참한 기관이 상당수"라면서 "현대중공업의 수주가 저조하고, 당분한 저조한 실적을 탈피하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유 연구원 역시 "일렉트릭이란 사명을 쓰고 있지만 실제 매출에서 전력기기나 변압기 가 사실 얼마나 되겠냐"면서 "대부분 조선·기계쪽과 관련돼 있다. 또 자산에 상당부분은 지주회사 자회사 지분이 섞여있다. 그룹 핵심인 기계조선 뷰(전망, View)가 단기적으로 썩 좋지 않다는 것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현대일렉의 실적부진의 주요한 원인으로 현대중공업향 선박용 전력설비 수주 감소로 판단했다.

유가 하락에 따른 중동경기도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김기명 연구원은 "중동쪽이 주 수입원인데 그쪽이 위축된 것이 문제"라면서 "과거 중동산 유가가 100불을 넘어설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유가가 떨어지면서 중동 정부 재정도 악화됐고 투자도 줄었다 초고압 전력기기는 결국 정부가 발주해줘야 한다"며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현대일렉은 지난해 전체 매출의 48%가 중동에서 발행했다고 밝혔다. 

한 채권딜러는 "현대일렉이 처음 회사채 시장에 나오다보니 기관들의 투자 유니버스에 포함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현대중공업 분할 후 현대일렉은 기존 유니버스가 아닌 새로운 유니버스에 편입돼, 기관 매수 과정에서 패널티를 받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현대일렉은 회사채 발행이 처음으로 개별민평 등급 제시가 어려워 금리밴드를 등급민평 또는 CD91일을 기준으로 설정했다.

한편 현대일렉은 지난해 5월 현대중공업에서 분할됐다. 당시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을 포함 △현대중공업 △현대건설기계 △현대로보틱스 등 총 4개사로 분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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