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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중의 세상엿보기] 인사원칙 안지키려면 청문회 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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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염치한 자(者)들의 파렴치한 변명

[서울=뉴스핌] 이석중 에디터= 인사청문회가 또 문제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해 국회가 검증을 통해 견제하는 장치다. 청문회에서는 고위 공직자로서 갖춰야 할 자질 평가는 물론 비위행위에 대한 검증도 이뤄져야 한다.

문재인 정부 2기 내각 5명의 장관 후보자들과 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관 후보자 2명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지난 10일 시작되자마자 범법행위가 불거지면서 초반부터 상처투성이다.

특히 법 정신 수호의 최후 보루라 할 수 있는 헌법재판관 후보자 2명이 범법행위인 위장전입을 여러 차례 한 사실은 간단히 넘길 문제가 아니다.

청와대는 이들에 대한 부실인사검증 문제가 불거지자 입법부와 사법부가 추천한 인사여서 책임이 없다고 한발 뺐다. 김기영 후보자는 민주당이, 이은애 후보자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했다. 입법부와 사법부의 인사기준이 행정부 기준과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에는 대통령이 임명하기 때문이다.

◆ 무서워 평생 한번도 못해 본 위장전입인데,,,

헌법재판관 후보자 두명 중 한명은 위장전입이 8건이고, 다른 한명은 3건이다. 기자는 평생 위장전입을 해본 적이 없고, 해볼 생각도 못해 봤다. 법을 위반했다고 받을 처벌이 무서워서였다.

주민등록법 상 '주민등록 또는 주민등록증에 관하여 거짓의 사실을 신고 또는 신청한 사람'에 대해서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위장전입은 주민등록법 위반이다.

현직 판사가, 더욱이 헌법재판관이 되겠다는 두 사람이 주민등록법을 여러 차례 위반했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자신들은 법 위에 군림한다고 생각해서였을까.

무려 8번이나 주민등록법을 위반한 이은애 후보자의 변명은 기가 막힌다. "직장생활하면서 세 자녀를 낳고 키우는 과정에서 직장 생활과 자녀 양육을 대부분 친정 부모님에게 의존했고 주민등록증을 어머니에게 맡겨 놨다. 정확히 상황을 알지 못했던 것은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범법 행위에 대한 사과는 없고, 범법의 책임을 자신의 어머니에게 떠넘기기 까지 한다.

그러면서 "사적이익 추구는 없었다"고도 했다. 위장전입은 자녀들의 교육 문제이거나 부동산 투기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이유도 없이 번거롭게 주민등록을 옮기는 위법 행위를, 그것도 8번씩이나 저지를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가 생각하는 사익이 어떤 건지 모르겠지만, 좋은 학교에 가기 위한 위장전입도 자기 이익 챙기기이긴 마찬가지다.

이 후보자는 지난 2001년 12월 배우자와 서울 강남구 일원동 소재 아파트를 4억6200만원에 구매하면서 실거래가보다 1억8100만원 낮은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취득세 및 등록세를 탈루한 의혹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까. 문재인 정부가 정한 고위공무원 인사 7대 배제원칙 중 위장전입, 세금탈루, 부동산투기 등 3가지를 위배했다.

김기영 후보자도 인사청문회에 과정에서 드러난 아내와 자녀의 과거 3차례 위장전입 사실을 시인했다. 위장전입 3건 중 2건은 청와대의 공직 배제 기준인 '2005년 7월 이후'에 이뤄졌다.

김 후보자는 "도덕적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 점은 매우 송구스럽다"고 했다. 판사로서의 법 인식이 어처구니가 없다. 도덕적 기준이 아니라 명백한 범법행위다. 헌법재판관으로 가당치 않다.

이들이 위장전입과 탈루사건의 재판을 맡았다면, 어떤 판결을 내릴 지 자못 궁금하다.

◆ 스스로 다스리고, 부끄러움을 아는 염치(廉恥)가 있어야

염치(廉恥)라는 말이 있다. 체면을 차리고,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다. 염치가 없으면 몰염치(沒廉恥)라 하고, 염치가 없이 뻔뻔하면 파렴치(破廉恥)하다고 한다.

헌법재판관 후보자쯤 되면 이같은 불법행위가 드러나면 부끄러워 해야 하고, 부끄러운 줄 모르면 파렴치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다.

둘은 젊었을 때 이렇게까지 높고, 명예로운 자리에 오를 줄 모르고 그랬을 수 있다. 그러나 자신에게 맞지 않는 자리라면 스스로 물러나는 게 옳다.

과거 정부에서 단골 입각 후보로 꼽혔지만, 검증과정을 통과할 수 없다는 이유로 스스로 포기한 인사들을 여럿 안다. 그것이 염치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위장전입, 병역 기피, 세금 탈루, 부동산·주식 투기, 논문 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를 고위 공직에서 배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집권 후 추천인사들의 논문표절, 위장전입, 병역기피, 심지어 음주운전 등 각종 불법행위가 드러나자 지난해 11월 공약의 인사배제 원칙을 다소 완화하는 대신 음주운전과 성관련 범죄를 추가한 '7대 배제 원칙'이라는 새 기준을 내놓았다.

위장전입의 경우 2005년 7월 이후 부동산 투기나 자녀 학교 배정 관련으로 2건 이상일 때는 인선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한번 정도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을 수도 있으니, 두 번으로 기준을 조정한 것이다. 두명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들은 완화된 이 기준마저 위배했다. 일반인에게도 한번의 위법행위를 봐줄 정도로 법이 아량이 있는 지 의문이다

두 사람을 추천한 민주당과 김 대법원장이 위법사실을 알고도 추천을 했는지, 모르고 했는지는 밝혀져야 한다. 모르고 했다면 검증을 제대로 안한 직무유기이고, 알고 했다면 인사청문 정신을 무시하는 오만이다.

그런데도 일부 정치인이 궤변으로 후보자를 감싸려고 한다. 후보자들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다면 추천자들이 철회하는 게 옳다. 혹시라도 우리 편이라서 그냥 넘기려고 해서는 안된다. 헌법재판소의 권위와 명예를 생각한다면.

앞으로 청문회를 거칠 후보들이 많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지명하고 청와대가 검증한 5명의 장관 후보자 및 헌법재판소장의 경우 청와대에서 발표한 7대 원천배제사유에 해당하는 후보자는 없다"고 장담했다. 제발 그러기를 바란다.

지금도 청와대 비서실, 행정부와 사법부 곳곳에 논문표절, 병역기피, 위장전입 등 문 대통령의 7대 기준을 위반한 고위공직자들이 많다.

문 대통령이 2기 내각에서도 7대 배제사유에 해당하는 후보자의 임명을 감행한다면 인사청문제도 자체를 없애는 게 낫다. 범법자들이 버젓이 고위공직에 앉는 꼴을 보는 국민들은 짜증만 날 뿐이다.

julyn11@newspi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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