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의 죽음은 자살이 아니다" 의문 제기
[베네치아 로이터=뉴스핌] 최윤정 인턴기자 = "나는 생각을 멈추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
붉은 수염, 밀짚모자, 슬픈 표정까지 갖춰 입으면 묘하게 빈센트 반 고흐의 초상화를 닮은 배우 윌렘 대포(Willem Dafoe)의 영화 속 대사다. 반 고흐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 '앳 이터너티스 게이트(At Eternity's Gate)'가 베니스국제영화제 시사회에서 공개됐다고 3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열린 영화 '앳 이터너티스 게이트(2018)' 시사회에 참석한 배우 윌렘 대포 [사진=로이터 뉴스핌] |
영화 '앳 이터너티스 게이트'는 1880년대 재능이 없다며 조롱당하던 가난한 반 고흐의 모습으로 막을 연다. 카메라는 정신병원을 오가며 남프랑스로 향하는 반 고흐를 따라가다가 몇 년 후 37살의 나이로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에서 멈춘다.
다만 이 영화는 반 고흐의 죽음은 자살이 아니라는 의문을 던진다.
줄리앙 슈나벨(Julian Schnabel) 감독은 반 고흐의 그림을 직접 습작할 정도로 미술에 조예가 깊다. 그는 반 고흐 역을 맡은 윌렘 대포에게 붓질하는 법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그림을 위안으로 삼는 반 고흐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친 윌렘 대포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영화에 그림을 그리는 장면이 많아 붓을 잡는 법부터 제대로 배워야 했다. 줄리앙 감독은 재능있는 예술가이자 훌륭한 스승의 자질을 가졌다. 감독에게 작품을 보는 다른 시각을 배우는 과정이 굉장히 좋았다"고 말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반 고흐는 기절하거나 분노를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이기는 하지만, 흔히 알려진 '미친 사람'으로 묘사되지 않는다. 정신적 고통을 겪는 '한 사람'으로 등장할 뿐이다.
대포는 "반 고흐는 고통의 가치를 보고 '상처로 우리를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이다. 사람들은 상식의 틀에서 벗어나 상처를 귀하기 여긴 그를 '미친 천재'로 치부했다"고 단언했다.
영화 속 반 고흐는 "아직 여기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그림 그릴 수 있는 재능을 주소서"라고 읊조린다. 정신병원에서 신부와 대화하는 장면에서는 "예수도 살아생전에는 전혀 인정받지 못했다. 예수도 세상을 떠나고 30년, 40년이 흘러서야 인정받았다"며 고흐도 같은 길을 갔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영화 '앳 이터너스 게이트(2018)'는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 21개 작품 중 하나로 선정돼 황금사자상을 노린다. 최고의 영화에 수여하는 황금사자상 시상식은 영화제 마지막 날인 오는 8일 열린다.
영화 '앳 이터너티스 게이트(2018)' 스틸컷 [출처=베니스국제영화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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