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7일 비공개 발언에서 '복음주의교단 지도자'들에게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하면 그들의 신도들에게도 끔찍한 결과가 될 것이라며 정치적 도움을 요청했다고 미국 CNN방송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백악관 만찬장인 '스테이트다이닝룸'에 모인 목사들과 기독교 지도자들에게 "이번 11월 6일 선거는 나에 대한 매우 상당한(very much) 국민투표일뿐 아니라 당신들의 종교에 대한 국민투표, 발언의 자유와 수정헌법 제1조에 대한 국민투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CNN은 자리에 참석했던 사람들의 녹취록을 인용했다.
이어 "좋거나 싫음의 문제가 아니다. 그들은 우리가 한 모든 것을 뒤집을 것이고, 신속하고 폭력적으로(violently) 그것을 할 것이다. 거기엔 폭력이 있다"며 "안티파(Antifa)에 폭력적인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유권자가 투표하지 않을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지 설명한 것이라고 CNN은 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들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 이 방에 있는 당신들은 거의 2억명에게 설교(preach)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안티파'는 백인 우월주의자와 신(新)나치주의자에 대항해 정기적으로 반대 시위를 벌이는 반(反)파시스트 그룹들의 집합체를 가리킨다. 외형상으로는 '파시즘 반대'를 외치고 있지만, 극우 세력과 적대하면서 '폭력'을 사용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복음주의 교회 신도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층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성추문 스캔들'을 뒷받침하는 보도들이 나와도 이들의 지지도는 변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복음주의자들을 백악관으로 초대한 것은 자신의 측근이었던 마이클 코언이 법원에서 유죄를 인정한지 수일 만이다.
앞서 코언은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당시 대선 후보가 트럼프와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하는 두 명의 여성을 '입막음'하기 위해 금전을 지급하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이런 초대 사실을 통해 자신의 지지층을 지키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을 알 수 있다고 CNN은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어진 발언에서 복음주의 지도자들에게 "바라건대, 밖으로 나가 사람들이 우리를 지지하게 해야 한다"며 "만약 당신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당신들이 얻었던 모든 것을 끝내는 시작이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재선에 성공하길 원하고 공화당이 계속 의회를 장악하길 원한다면 복음주의 신도들의 지지가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발언에서 설교단에서의 정치적 발언에 대한 제한을 완화 등 종교적 자유를 촉진하기 위한 자신의 조치들을 홍보했다. 이전의 경우 설교단에서의 정치적 발언은 해당 종교 기관의 '면세 지위'를 위태롭게 만들 수 있었다고 CNN은 설명했다.
또 민주당이 공화당 내 분열을 이용하고 있다거나 하원 또는 상원을 민주당에 뺏길 것이라는 주장들을 일축하며 공화당의 승리를 가리키는 '빨간 물결'이 찾아올 것이라고 말하고는 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자리에서는 다음 선거에 대한 낙관론이 크게 줄어든 발언을 했다고 CNN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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