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개체수 증가... 소음 민원↑ 고양이 삶의 질↓
서울시 2008년부터 '중성화 사업(TNR)' 시작
'동물권' 관심 높아지며 "잔인하다" 반대 목소리도
동물보호단체 "개체수 조절로 안정적 환경 만들어야... TNR은 차선책"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뮤지컬 <캣츠>에 등장하는 고양이들은 도심을 놀이터 삼은 자유로운 영혼 그 자체다. 한국에서 길고양이들의 삶은 어떨까.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내에서만 연간 5000마리의 고양이가 차에 치여 죽는다. 영양실조와 질병, 학대 등으로 비명횡사하는 길고양이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길고양이 개체 수 증가가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길고양이 수는 서울시에서만 13만9000마리로 집계됐다. 송도국제도시 인구수와 맞먹는 수치다. 길고양이가 25만마리에 달했던 8년 전과 비교하면 줄어드는 추세라지만 여전히 많다는 지적이다.
길고양이 소음 문제로 인한 민원도 끊이질 않는다. 한 지자체 공무원은 “아기 울음소리 같은 고양이 소음에 밤잠 설친다며 잡아가라는 민원이 대다수”라며 “하루에 20건 가까이 접수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서울시 등 지자체를 중심으로 길고양이 개체수를 줄이기 위한 ‘중성화 사업(TNR·trap-neuter-return)’이 진행 중이다. 일명 TNR은 몸무게 2kg 이상의 길고양이를 포획(Trap)해 중성화 수술(Neuter) 후 방사(Return)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최근 ‘개식용 반대’, ‘강아지공장 폐지’ 등 동물권을 확대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며 중성화 수술이 동물권 침해라는 주장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에 본지는 고양이 중성화 수술 논란에 대한 찬반 의견을 들어봤다.
고양이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질병 예방 및 인간과 공존 방법”vs“인간 편하자고 동물 학대”
반려묘를 키우는 캣맘들은 고양이의 건강을 위해 중성화 수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려묘 2마리와 함께 사는 김여정(27)씨는 “길고양이들이 사람음식을 먹으며 소화를 못 시켜 수명이 짧다"며 "개체수가 많을수록 태어나도 삶의 질은 나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양이 7마리를 키우는 한 30대 여성은 “중성화 수술을 시키지 않았던 고양이가 자궁축농증에 걸려 입원시켜야 할 정도였다”며 “질병예방을 위해서라도 중성화 수술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 인간과의 공생을 위해 중성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2년차 캣맘 이시은(29)씨는 “미움 받고 학대 받는 고양이들을 보면 안타깝다”며 “개체수를 줄여서라도 주민들과 공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또 “길고양이들이 쓰레기통을 엎는 이유는 경쟁으로 먹거리가 없기 때문”이라며 “중성화 수술은 인간과 고양이 모두를 위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반면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은 ‘인간중심적 사고’라는 비판도 있다. 직장인 김모(31·남)씨는 “호랑이 표범 등 다른 고양이과 동물들도 발정기 스트레스는 고양이와 별 차이 없다”며 “결국엔 사람이 편하자고 고양이들 성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대학생 진모(26·남)씨는 동물을 향한 또 다른 폭력이라고 지적했다. 진씨는 “병에 걸리면 치료해주면 될 일인데 거세는 학대”라며 “키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 그렇게 느끼지 않는 것 같아 놀랐다”고 말했다.
진씨는 또 “TNR을 하지 않아도 이미 많은 길고양이들이 도심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죽고 있다”며 “길고양이가 늘어난 이유는 중성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유기동물이 많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쓰레기를 뒤지는 길고양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중성화 수술은 차선책... 길고양이 사는 환경 개선될 것”
동물권 확대에 앞장서는 동물보호단체들은 대체로 중성화 수술(TNR)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으면 암컷 한 마리가 두 달에 5~6마리 꼴로 새끼를 낳는다”며 “개체 수 증가는 도시에서의 삶을 더 치열하게 만들며 3년 이내로 죽는 길고양이가 많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길고양이들이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게 한다는 측면에서 중성화 수술은 동물학대보다 전체적인 동물 복지 개념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반려묘 중성화 수술과 달리 포획-수술-방사 과정을 거치는 TNR이 인도적이라곤 볼 수 없지만 차선책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반려묘들이 잘 관리되는 것과 달리 길고양이는 치료가 다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방사되는 경우도 있다”며 “야생성이 강한 고양이는 트라우마를 갖기도 한다"고 부연했다.
이 대표는 “그럼에도 개체수 조절이 필요한 상황에서 TNR은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민원해결성이 아닌 동물복지적 관점에서 인도적으로 행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zuni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