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원칙적으로 해당 기업들도 수사 대상”
공정위-대기업, 대가성 있었다면 뇌물죄 성립
재판 과정서 공정위 추가 혐의·대가성 등 주목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검찰이 공정거래위원회 전·현직 간부들의 불법 재취업 혐의로 정재찬 전 위원장 등 12명을 무더기 재판에 넘기면서, 재취업을 받아준 대기업에 대한 수사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전직 공정위원장과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불법이 드러난 만큼, 재취업자가 대기업에 취업하는 과정에서 공정위와 대기업 간의 대가가 오가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에서다.
20일 검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공정위 출신들의 대기업 취업 과정에서 대기업과 공정위 사이의 대가성이 향후 재판에서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구상엽 부장검사)는 최근 정재찬 전 공정위원장과 김학현·신영선 전 부위원장 등 3명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는 등 공정위 전·현직 임직원 총 12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정 전 위원장과 김 전 부위원장, 신 전 부위원장 등은 공정위 간부로 재직 당시 공정위 내부 승진이나 퇴직 후 재취업이 곤란한 퇴직자들을 채용하도록 대기업을 압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 이들은 16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공정위 출신 퇴직자 17명을 취업시키는 데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대기업은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카드, 기아자동차, SK하이닉스, LG경영개발원, 현대건설, 롯데쇼핑, 롯데제과, 현대백화점, 포스코건설, GS리테일, 신세계페이먼츠, KT, CJ텔레닉스, 하이트진로 등으로 전해졌다
이들 기업의 상당수는 지난 6월 검찰이 압수수색한 곳이다.
서울중앙지검 /김학선 기자 yooksa@ |
공직자윤리법상 4급 이상 공직자는 퇴직 전 5년간 소속했던 기관·부서의 업무와 관련이 있는 곳에 퇴직일로부터 3년간 재취업할 수 없다.
검찰이 확보한 공정위 내부 문건에 따르면 공정위 출신 대기업 취업자는 ‘고시 출신은 연봉 2억5000만원, 비(非)고시 출신은 연봉 1억5000만원’이다.
실제 재취업한 공정위 츨신 퇴직자 17명은 순수 연봉만 1억 초반에서 2억 중반대로 알려졌다. 연봉과 별도로 업무추진비를 비롯해 △성과급 △차량 유지비 △활동비 △법인카드 △학자금 △비서 등 지원 유무와 규모 면에서 약간씩 차이가 났다.
법조계 일각에선 대기업이 공정위의 재취업 압박에 피해를 봤다고 해석하면서도, 대기업에 대한 수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서초동 한 중견 변호사는 “검찰에서 이들 기업을 피해자로 보는 것 같은데, 원칙적으로 해당 기업들도 수사 대상이 돼야 한다”며 “공정위 출신들이 대기업에 취업하는 과정에서 대가가 있었다면 뇌물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검찰은 공정위와 대기업 사이에서 그동안 이뤄져온 관행적 성격으로도 보고 있다”며 “향후 (재판 등 과정에서) 대기업 수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