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시절 국정원 대북공작비로 DJ 재산 뒷조사한 혐의
재판부 “진술 엇갈려…혐의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국가정보원과 공모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해외 재산 등 뒷조사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현동(62) 전 국세청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대북공작금 수천만원을 받고 김대중 전 대통령 뒷조사에 협조한 혐의를 받는 이현동 전 국세청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조의연 부장판사)는 8일 오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등손실과 뇌물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 전 청장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로써 지난 2월13일 구속된 이 전 청장은 6개월여 만에 석방된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비자금 추적 사업 진행과정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정치적 의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면서도 “국가정보원법상 국정원장은 국가기관 및 공공단체장에게 업무 협조 요청을 할 수 있어, 이런 요청을 받은 기관장 입장에서는 이를 선뜻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국정원으로부터 한정된 범위의 정보만 받으며 요청에 수동적으로 응한 피고인은 국정원 내부의 의사결정에 관여하지 못하는 위치”라면서 “검찰의 공소사실과 같이 원 전 원장과 공모해 범행을 실행했다는 것이 인정되려면 협조를 넘어 원 전 원장의 정치적 의도를 실감케 하는 구체적인 정황과 피고인이 범행 전반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는 것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 전 청장이 국정원으로부터 활동비 명목으로 1억2000만원을 받은 점과 관련해서도 “관련자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승연 전 국정원 대북공작국장, 국정원 전 직원 박모 씨의 진술이 엇갈린다”며 “공소사실의 직접 증거인 김 전 국장과 원 전 원장의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렵거나 인정하기 어렵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를 종합했을 때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 전 청장은 국세청 차장과 청장을 지냈던 2010년 5월∼2012년 3월 사이 국정원과 함께 김 전 대통령의 해외 비자금 의혹을 뒷조사하는 비밀공작인 일명 ‘데이비드슨 사업’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전 청장이 김승연 전 국정원 대북공작국장으로부터 대북공작금 5억3천500만원 및 5만 달러를 받아 사업에 써 국고를 낭비했다고 보고 있다.
이 전 청장 측은 원 전 원장과 공모한 적도 없고 역외탈세 추적 업무의 일환으로 계좌 정보 등을 추적하는 것으로 알았고, 이것이 국정원의 직무범위에서 벗어난다거나 여기에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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