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에서도 수많은 시민들 자리 지키며 마지막 길 배웅
문희상 의장 "항상 시대를 선구한 진보정치의 상징..정의로운 사람"
이정미·심상정 울먹이며 조문 낭독...시민들 함께 눈물 훔쳐
[서울=뉴스핌] 김승현 이지현 기자 = 진보정치의 거목이었던 고(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수많은 시민들의 추모 속에 영면의 길에 들어섰다.
연일 밤낮으로 30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도 5일 동안 치러진 장례기간 수 만명이 넘는 시민이 전국 각지의 빈소를 찾았고, 국회장으로 치러진 마지막 영결식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은 노 의원의 이름을 두 번 외치며 애통해 했고, 동료 의원들과 시민들도 그를 마지막으로 추모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문희상 국회의장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국회장 영결식에서 영결사를 한 후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2018.07.27 kilroy023@newspim.com |
27일 오전 국회서 국회장으로 열린 노회찬 국회의원 영결식에서 문 국회의장은 “노회찬 의원님! 노회찬 의원님! 제가 왜 이 자리에 서있는 것입니까. 어떻게 하다가 이 자리에서 노회찬 의원님을 떠나보내는 영결사를 읽고 있는 것입니까”라고 말했다.
이어 문 의장은 “당신은 항상 시대를 선구했고 진보정치의 상징이었다. 정치의 본질이 못가진자, 없는 자, 슬픈 자, 억압받는 자 편에 늘 서야 한다고 생각했던 당신은 정의로운 사람이었다”며 “이제 평생을 짊어졌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영원한 평안을 누리시라. 당신이 한국정치사에 남긴 발자취와 정신은 우리 국회와 대한민국의 역사 속에서 길이 빛날 것”이라고 애도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고(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국회장 영결식이 열린 가운데 의원회관 내 고인의 사무실에서 영정사진이 나오고 있다. 2018.07.27 kilroy023@newspim.com |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심상정 전 대표도 비통한 심정으로 노 의원에게 바치는 조문을 낭독했다. 두 대표 모두 조문을 읽는 내내 북받치는 감정에 떨리는 목소리였다.
이정미 대표는 “수많은 시민들이 전국 곳곳에서 대표님을 추모해주셨다. 나이도, 성별도, 하는 일도 다르지만 이분들의 제 손을 잡고 울먹이며 모두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며 “노회찬의 정치이력은 이들을 대변하고 이들의 삶을 바꾸는 길이었다. 생의 마지막 순간 당신이 만들고 키워온 정의당 위해 당신의 삶을 통째로 바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 X파일 사건과 6411번 버스 등을 언급하며 그의 생애를 기렸다. 이 대표는 “삼성 X파일 대법원 선고로 의원직 상실한 날 당신은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며 분노의 눈물을 삼킨 동료들에게 웃음과 유머를 보였다”며 “그 유쾌함은 위기와 역경을 낙관으로 이겨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내면의 단단함에서 나온다. 하지만 당신은 불같은 분노와 강직함을 함께 갖고 있었다. 다시 그날로 돌아가도 삼성 X파일 공개하겠다고 말하는 지독한 고집쟁이였다”고 술회했다.
울먹이며 연단에 선 심상정 의원은 “노회찬 대표님, 지금 제가 왜 대표님께 조사를 올려야 한단 말입니까. 꿈이었으면 좋겠다”며 “돌아보니 우리가 함께한 세월이 30년이 됐다. 노회찬, 심상정은 늘 진보정치의 험준한 능선을 걸어왔다. 수많은 패배로 점철된 진보정치의 역사에서 우리는 함께 좌절하고 함께 일어섰다”고 추모했다.
이어 “당신없이 그 많은 숙제를 어찌 감당해야 합니까. 그러나 이제 슬픔을 접으려 한다. 당신을 믿은 오늘, 우리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늘 지켜보고 계실 것이기에 보고 싶다는 말은 아끼겠다. 대신 더 단단해지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국회장 영결식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2018.07.27 kilroy023@newspim.com |
유족을 대표해서 노 의원의 장조카인 노선덕씨가 연단에 섰다. 노씨는 “빈자리가 너무 커서 그냥 둬야 하는지, 채워야 한다면 어디서부터 채워야 할지 가늠할 수 없다”며 “하루는 고민이 있어 큰아버지께 조언을 구하러 갔는데, 선택의 기로에서 어떤 선택의 최선의 선택인지 당장 알 수 없을 때에는 가장 힘들고 어려운 길을 걸어라. 그게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라며 노 의원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노씨는 “국회에서 자신의 이상을 현실로 실현시키는 자유인, 문화인, 평화인. 저는 국회의원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 큰아버지 모습을 항상 볼 수 있음을 자랑스러워했다”며 “큰아버지 바람대로 대한민국이 더 좋은 나라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회 영결식장에는 고인의 마지막을 추모하기 위해 전국각지에서 남녀노소 수많은 시민들이 참석했다. 국회 직원들도 잠시 일손을 멈추고 영결식에 함께하며 그를 기렸다. 오전부터 30도가 넘는 불볕 더위였지만, 1시간 넘게 진행된 영결식에서 이들은 땡볕도 아랑곳하지 않고 땀보다 더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노 의원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사무직 직원, 노동자, 택시 운전기사 등 다양한 시민들이 참석했고, 더위에 지친 노인들은 작은 그늘에 주저앉아서 말없이 끝까지 영결식을 지켰다. 불볕 더위에도 검은 상복과 검은 넥타이를 갖춰입고 참석한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영결식에 참석한 정세균 전 국회의장, 김명수 대법원장, 추미애 민주당 대표와 4당 원내대표 등도 모두 침통한 표정으로 고인을 애도했다.
고인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원지동의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된 뒤, 장지인 경기 남양주 마석모란공원에 안치된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국회장 영결식에서 고인의 영정사진이 국회를 빠져나가고 있다. 2018.07.27 kilroy023@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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