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기념 촬영이 발단
외질 "독일 언론·축구협회, 실력 아닌 출신 성분 문제 삼아"
[서울=뉴스핌] 윤종현 인턴기자 = "이제 독일 축구 국가대표라는 자부심이 없다. 독일축구협회(DFB)는 터키 혈통을 무시하고, 나를 정치적으로 압박했다. 더 이상의 인종차별은 견딜 수 없다."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 미드필더 메수트 외질(29·아스날)이 22일(현지시각) 본인의 트위터에 이같이 언급하며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귄도간과 외질, 에르도안 대통령, 센크 토순(에버튼)은 지난 5월13일 런던 자선행사에서 만나 기념 촬영을 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
외질과 에르도안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외질의 은퇴는 지난 5월 외질이 같은 터키 이민자 2세 축구선수인 일카이 귄도간(28·맨시티)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만나 찍은 사진이 발단이 됐다.
독일 정부가 인권탄압 등을 이유로 터키 정부를 문제 삼자, 에르도안 대통령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난하면서 양국의 갈등이 격화된 상황이었다. 특히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 사진을 대선 캠페인에 사용하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이후 독일이 러시아 월드컵에서 부진하며 조별 예선에서 탈락하자 비난의 화살은 외질을 향했다.
"우리의 가치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맞지 않는다"며 외질과 에르도안 대통령의 기념 촬영을 비판했던 독일축구협회 라인하르트 그란델 회장은 "월드컵에서 외질을 뺐어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과 축구팬들도 "외질은 어느 나라 국가대표냐"며 등을 돌렸고, 그는 끝내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외질은 “나는 두 개의 심장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독일, 다른 하나는 터키의 것이다”는 문장을 필두로 은퇴 선언의 배경과 본인의 심경을 담은 장문의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그는 "독일 언론은 나의 경기력이 아닌 터키 혈통 자체를 비난했고,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었다. 라인하르트 그란델 회장과 그의 지지자들 눈에 나는 경기에서 이기면 독일인이고, 지면 터키인"이라며 독일 언론과 축구협회, 그란델 회장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사진에 대해서는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었다. 그와는 자선 행사에서 만났고, 내 가족의 국가의 가장 높은 사람에게 예의를 갖춘 것 뿐이다. 나는 축구선수이지 정치인이 아니다. 터키 선거에서 어떤 결과가 나왔더라도 사진을 찍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러시아 월드컵 조별 예선 3차전 한국과의 경기에서 2대0으로 패배한 뒤 고개를 떨구는 외질 [사진=로이터 뉴스핌] |
2009년 대표팀에 발탁된 외질은 9년간 A매치 93경기에 출전해 23골을 기록했고,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독일의 우승을 이끌었다.
그의 마지막 A매치 경기는 한국과의 러시아 월드컵 조별 예선 3차전이다.
dbswhdgus07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