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영·프 정부, 금융채널 살려 이란 핵협정 유지
[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프랑스·영국·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자국 중앙은행에 이란 중앙은행 명의로 등록된 계좌를 활성화해 이란 핵협정을 살리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유럽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방안은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을 폐기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맞서 이를 지키겠다는 약속을 실천에 옮기는 유럽의 첫 걸음이다.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의 핵협정 파기 이후 이란은 핵협정에 따른 경제적 혜택을 받지 못하면 핵협정을 지키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지난 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이란 핵협정 당사국 고위급 회담에서 프랑스·영국·독일 3국은 이란 중앙은행 명의로 등록된 계좌를 계속 살려두고 휴면계좌를 재활성화해 이란과 유럽이 계속 거래할 수 있는 방안을 이란에 제시했다고 유럽 관리들이 전했다.
오스트리아와 스웨덴 등 다른 유럽국들도 이 방안에 동참할 의사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이란 핵협정 당사국 고위급 회담에 참석한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담당 집행위원과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하지만 실행 과정에서 난관에 부딪칠 가능성이 있다. 관리들은 중앙은행들과 논의가 시작됐지만 아직 동의를 받지는 못했으며, 미국 정부가 제재 부활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이들 중앙은행은 이란과의 금융 거래를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 또한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돈세탁 방지 규정들을 도입해야 한다는 우선 과제를 안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강경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지난주 미국 정부는 유럽 기업들에 대해 제재를 면제해 달라는 EU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EU의 요청에 대해 서한으로 “이란이 가시적이고 증명할 수 있고 지속적인 핵 정책 변화를 보일 때까지 이란 정권에 대한 전례없는 금융 압박을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과 거래하는 유럽 기업과 개인에 대해 ‘세컨더리 보이콧’을 적용하겠다고 계속 위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유럽 기업들이 이란에서 철수하거나 투자 계획을 동결한다는 계획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이란은 유럽에 핵협정을 유지할 수 있는 해결책을 속히 내놓으라고 압박해 왔다.
하지만 지난 6일 회의 이후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금융채널을 열고 석유수출을 지속하게 하겠다는 유럽과 러시아, 중국의 제안에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한편 유럽 관료들은 중앙은행들이 미국의 제재로부터 보호받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지만 이를 장담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유럽 중앙은행 총재나 정책위원들에 제재를 가할 수 있고 유럽 중앙은행들이 미국 금융시장에 접근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미국 재무부는 이미 발리올라 세이프 이란 중앙은행 총재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자금 조달에 연루됐다며 그를 테러리스트로 지정하고 제재 대상에 올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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