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2년 만에 미국에 대규모 기술 이전 '쾌거'
신약후보 18~20개 진행 중.. 특례 상장 도전
[서울=뉴스핌] 김근희 기자 = ABL바이오가 설립 2년 만에 대규모 기술이전에 성공하면서 업계에서 떠오르고 있다. 회사가 설립 초기부터 기술이전과 공동연구를 목표로 잡고, 전략적으로 신약 연구를 진행한 덕분이다. 이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ABL바이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상훈 ABL바이오 대표는 뉴스핌과 인터뷰에서 "신약후보물질(파이프라인) 18~20개를 진행 중"이라며 "파이프라인 초기 단계에서 공동연구 또는 기술이전 등 협업을 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훈 ABL바이오 대표. [사진=김근희 기자] |
◆핫한 '이중항체' 기술로 시장공략
ABL바이오는 한화케미칼 바이오 사업부 연구진들이 2016년 의기투합해 만든 바이오 벤처 기업이다. 설립 초기 14명이었던 직원은 2년 만에 41명에 이를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회사는 현재까지 한국투자파트너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등 벤처캐피털(VC)들을 통해 총 1000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네이처 자매지 바이오파마딜메이커스에서는 주목할만한 기업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달 초에는 미국 바이오 기업 TRIG테라퓨틱스에 항암 항체신약물질 5종을 총 5억7000만달러에 기술이전했다.
회사가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는 이유는 최근 주목받는 기술인 '이중항체'를 기반으로 신약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중항체는 체내에 들어온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체'가 동시에 2개의 세포에 작용할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이다. 항암제의 경우 각각 면역세포와 암세포에 작용하는 항체 2개를 하나의 항체로 만들어 암세포도 죽이고, 면역세포의 능력도 극대화하는 것이다.
ABL바이오는 이러한 기술을 활용해 18~20개의 신약후보물질을 연구·개발(R&D) 하고 있다. 이 중 가장 개발 속도가 빠른 것은 항암제인 ABL001(또는 NOV1501)이다. ABL001은 암을 공격하는 항체와 혈관 생성에 도움을 주는 항체를 합친 이중항체다. 현재 국내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며 내년 초 완료될 예정이다.
회사는 또 이중항체를 이용해 약물이 뇌 속에 쉽게 통과할 수 있게 하는 뇌 질환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뇌 표면에는 이물질을 막아주는 장벽인 혈뇌장벽(BBB)이 있는데, 약물 역시 BBB에 막혀 소량만 뇌에 전달된다.
ABL바이오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BBB 통과에 영향을 주는 항체와 파킨슨병의 원인으로 꼽히는 시뉴클린 단백질을 차단하는 항체로 이뤄진 파킨슨병 치료제(ABL-301)를 개발하고 있다.
이 대표는 "BBB 통과 플랫폼은 다른 치료제와도 결합할 수 있어 글로벌 제약사들이 관심을 보이는 물질"이라며 "2020년 말 또는 2021년 초에 임상시험 계획(IND)을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개발 통해 성장…이제는 상장 도전
공동연구와 기술이전 비즈니스 모델 등도 회사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비결이다. 이 대표는 제넨텍, 아스트라제네카, 바이오 벤처기업 파멥신 공동창업, 한화케미칼 등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국내 바이오 벤처 기업에는 공동연구 모델이 적합하다고 봤다.
이 대표는 "작은 벤처 기업이 신약을 개발하기는 힘들지만, 다른 업체와 공동연구 및 기술이전을 할 경우 서로의 인력을 공유할 수 있고, 비용 등도 절약할 수 있다"며 "상용화 이후에 수익을 나누는 형태로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BL바이오는 특히 신약후보물질 초기부터 파트너와 함께 공동연구를 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할 때도 보다 기술이전 가능성이 높은 물질을 찾는다.
이 대표는 "이중항체, 뇌 질환 치료제 등 색다르고, 글로벌 제약사들에 필요한 신약을 찾아내야 한다"며 "다른 회사가 사갈만 한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덕분에 회사는 보건복지부 항암신약개발사업단, 동아에스티, 바이오 벤처기업 레고켐바이오와도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이외에도 중국 등 해외 업체와 추가적인 공동연구를 논의하고 있다.
회사는 이제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ABL바이오는 최근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평가신청서를 제출했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상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대표는 "기술이전을 한 만큼 기술특례상장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앞으로 면역 항암 치료제와 뇌 질환 치료제 부문에서 글로벌 수준의 기업이 되겠다"고 했다.
k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