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가 직접 뛰며 콘텐츠 성장동력 발굴하는 신세계
롯데, 황각규 체제 순항에도 총수 부재 위기감 높아
[서울=뉴스핌] 박준호 기자 = 유통업계 ‘빅2’인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의 행보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신세계는 정용진 부회장이 직접 미래먹거리 발굴을 위해 국내외를 넘나들며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반면, 롯데는 신동빈 회장의 운신의 폭이 제한되면서 새 성장동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 발 벗고 뛰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12일 업계에 따르면 정용진 부회장은 올해 들어 미국과 일본, 호주, 유럽 등 세계 각국에 발도장을 찍으며 숨 가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유통업 전반에 위기감이 드리운 가운데, 그룹의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한 신사업 구상에 직접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 8일 스타필드 하남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혁신성장 현장소통 간담회를 가졌다.<사진=홍형곤 기자> |
지난달 29일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국제 PL(자체 브랜드) 박람회에 직접 참석했다. 이마트는 이 박람회에서 자체 브랜드인 ‘피코크’ 상품 19개를 전시했다. 정 부회장은 '피코크'를 해외시장에 수출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키운다는 목표다.
미국에서는 내년 5월을 목표로 PK마켓 진출을 추진 중이다. 한식을 포함한 각종 아시아 식품을 판매하는 그로서란트 매장으로 현지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방침이다.
또 복합쇼핑몰 문화가 발달한 호주를 찾아 복합몰 트렌드를 살펴본 데 이어, 일본에서는 현지 식음(F&B) 매장과 쇼핑시설을 직접 방문했다. 특히 신세계가 오는 28일 첫 선을 보이는 ‘삐에로쇼핑’은 정 부회장이 직접 방문한 일본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한 새로운 형태의 사업모델이다.
이 같은 정 부회장의 광폭 행보는 신세계가 새로운 돌파구로 삼고 있는 PB상품, 복합쇼핑몰, 전문점 등의 신사업 전략과 궤를 같이 한다. 오너가 직접 콘텐츠 발굴에 적극 나서며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모양새다.
국내서도 ‘착한 기업’ 이미지 제고에 직접 나서고 있다. 지난 8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만난 정 부회장은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향후 3년간 9만명 채용을 약속하며 ‘모범 기업’이라는 칭찬까지 받았다.
반면 롯데는 신 회장의 법정구속으로 경영환경이 여전히 ‘시계제로’ 상태다. 총수의 공백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새롭게 추진하는 사업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 신동빈 '공백' 장기화… 롯데 그룹 차원 투자 '올스톱'
물론 황각규 부회장을 필두로 한 비상경영체제 하에 비상장 계열사 분할합병, 중국사업 철수, 홈쇼핑 재승인 등 굵직한 현안을 순조롭게 처리하고는 있지만, 그룹 차원의 투자 등은 올스톱 상태다.
신 회장 원톱 체제 하에 빠르고 과감하게 결정했던 해외사업에서도 그저 ‘현상 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0조원이 넘는 투자 계획에도 선장을 잃은 채 갈피를 못잡는 양상이다.
신 회장의 '신남방정책'에 따라 강력히 추진해 온 베트남 사업도 정작 정부의 경제사절단에는 동행하지 못했다. 반면에 경쟁사인 신세계 정 부회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며 양 사의 희비가 크게 교차했다.
신 회장이 수감 전 내건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인 호텔롯데 상장도 의사 결정권자의 부재로 동력을 잃었다. 온라인 사업 강화를 위한 3조원 투자계획도 신 회장이 경영 일선에 있을 때 이미 윤곽이 드러난 상태였다. 그마저도 투자책임 문제로 아직까지 사업 조율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측은 당장 옥중경영보단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재판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11일 열린 항소심 3차 공판에서도 뇌물공여 혐의를 적극 부인했다. 그러나 그룹 안팎에서는 신 회장의 부재가 장기화 될수록 롯데의 잃어버린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양 사가 면세점부터 온라인까지 전방위로 맞붙는 상황에서 정용진 부회장이 김 부총리와 만남을 통해 국내 유통업을 대표하는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롯데의 속이 쓰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농단 관련 뇌물공여 혐의로 법정 구속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이형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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