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몰라 억울한 일 없도록 도와야”
“인권옹호·사회정의 실현 의무 위해 노력”
단톡방 내 성희롱 범죄 인정 첫 판례 이끌어
대한민국 변호사 2만5000명 시대. 그들의 라이프스타일과 개성, 변호사로서의 꿈, 그리고 사회정의 구현을 위한 노력을 뉴스핌 법조팀이 조명합니다. 특별한, 특별하지 않은 변호사들의 많은 인터뷰 요청을 기대합니다. [편집자주]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변호사가 되고 보니 생각보다 법률 서비스 사각지대에 놓이신 분들이 많더라고요. 변호사법 1조가 인권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기본 의무로 하는 만큼, 법을 몰라서 억울한 분들이 없도록 주어진 사명을 다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4일 서울 서초동 한 사무실에서 올해 4년차 강미란 변호사(법무법인 아테나)를 만났다.
강 변호사는 2015년 제4회 변호사시험을 통과하며 법조인의 길로 들어섰다. 현재 대한변호사협회(변협) 대의원과 대한변협신문 신문편집위원, 한국여성변호사회 이사 등 왕성한 활동을 펼쳐 나가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법무법인 아테나 강미란 변호사 2018.06.04 deepblue@newspim.com |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의뢰인은 몇 년 전 만났던 한 퇴직자였다. 그는 “퇴직금을 털어 작은 가게를 차리셨는데 ‘법 없이도 산다’는 말이 생각나는 분”이라며 “계약 당시 알지 못했던 사정으로 가게 운영을 못하게 됐는데도 손해배상청구포기 특약이 계약조건에 포함돼 경제적 기반을 모두 잃은 안타까운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더운 날씨에 여러 서류 등 증거를 처음부터 다시 모아오라고 부탁드렸는데 다행히 항소심에서 결과가 뒤집혀 승소하게 됐고 (의뢰인이)새로 시작할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하셨다더라”면서 뿌듯해했다.
여성 변호사인 만큼, 성희롱 사건 등 관련 사회적 인식을 선도하는 판례를 이끌어 낸 경험도 있다. 강 변호사는 “성희롱 사건에 대한 내부 징계 건을 둘러싼 재판이었는데, 당시 사회적 분위기로서는 승소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지만 다행히 본안 소송에서 승소했다”고 말했다.
해당 사건은 대법원이 이른 바, ‘단톡방(단체카톡방) 내 성희롱을 범죄로 인정한 국내 첫 판례가 됐다.
승소만 했던 건 아니다. 한 노부부가 50년 가까이 살아온 집이 구청으로부터 도로를 점용하고 있다며 변상금부과 처분을 받아 억울하다는 사건이었다. 결국 도로점용 문제에 대해 ‘고의성’과 ‘과실 없음’이 법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아 패소했다.
강 변호사는 “이 사건의 노부부는 한평생 살았던 집인데 갑자기 변상금을 내라고 하니 너무 억울해 하셨다. 이들처럼 개별 소송에서 마음의 병이 생긴 소송 당사자 분들이 많다”며 “승소하면 좋겠지만 반드시 그게 아니더라도 이들의 의견을 최대한 경청하고 주장을 잘 정리해서 억울한 부분이 없도록 풀어주는 것이 변호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법무법인 아테나 강미란 변호사 2018.06.04 deepblue@newspim.com |
그는 이어 “변호사가 되기 전엔 인권이나 약자의 편에서 정의를 수호하겠다는 거창한 목표가 없었지만 오히려 변호사가 되고 나니 변호사 역할에 대해 더욱 고민하게 됐다”며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앞으로도 변호사의 가장 궁극적인 사명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강 변호사가 최근 대학원에서 헌법을 깊게 공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그는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낙태죄 폐지’ 논란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여성의 자기 결정권과 생명권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사실 태아 생명권을 가장 고뇌하는 사람이 여성인 만큼, 여성한테만 낙태에 대한 죄를 지우는 게 평등한지에 대해서도 중요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평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으니 헌법재판소의 판단도 과거와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강 변호사는 변호사 경험을 충분히 쌓은 뒤, 학교로 돌아가 학생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그는 “평소 존경하는 변호사님의 조언을 듣고 지금 당장의 일에 쫓겨 큰 목표를 잊은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됐다”며 “요즘 학생들이 많이 힘든데 학교로 돌아가 이런 이야기들을 들어주는 좋은 선생님이 되면 좋을 것 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