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축제 이튿날인 지난 17일 오후, 홍익대 한 동아리의 천막 부스 아래는 밤새 마신 듯한 빈 소주병 수십여개가 가지런히 모여 있었다.
폭우에 내려앉은 천막을 정비하던 동아리 정모(홍익대 14학번)씨는 “어젯밤 다른 동아리에서 비운 술병”이라며 “주점을 못하게 되니 부스를 빌려 동아리원들끼리 시간을 보내게 됐다”고 말했다.
‘학생주점’이 금지됐지만 대학 축제에서 술이 사라진 건 아니다. ‘학생들이 주류나 조리 음식을 판매’하는 행위가 불법일 뿐, ‘주류 섭취’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교육부는 각 대학에 공문을 보내 ‘주세법과 식품위생법’을 지켜달라고 요청했다. 관련 법규에 따르면 영업 허가를 받지 않고 주류나 조리 음식을 판매할 시 3년 이하 징역과 3천만원 이하 벌금을 물 수 있다.
17일 오후 홍익대 축제 기간 동안 천막부스를 대여한 동아리원들이 자체적으로 술을 구입했다. zunii@newspim.com 2018.05.17 <사진 = 김준희 기자> |
이에 대부분의 대학에선 5월 축제를 눈앞에 두고 부랴부랴 주점 계획을 철회했다.
축제를 기다리던 학생들은 교육부의 늑장 대응에 불만을 토로했다.
‘라면공장’ 부스에서 완제품 라면을 팔고 있던 김모(홍익대 15학번)씨는 “법은 지키는 게 맞지만 교육부의 공문은 갑작스러웠다”며 “관련 법규를 잘 모르는 학생들이 더 많은데 공지를 빨리 해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총학생회 임원 남상혁(홍익대 15학번)씨는 “3월부터 계획한 축제인데 2주 뒤 일정을 수정하려니 애를 썼다”며 “빨리 좀 대비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5월의 축제’를 즐기려던 학생들 입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왔다.
공대 천막부스에서 동기들과 음식을 나눠먹던 이모(홍익대 17학번)씨는 “어차피 술은 마실 건데 불편해지기만 했다”고 아쉬워했다.
경영학과 부스를 지키던 김신유(홍익대 18학번)씨도 “우리 과도 주점을 기획했다 틀어졌다”며 “주점에서 술을 못 사먹는다니 평소보다 재미가 없어지겠다”고 말했다.
사격동아리의 한 동아리원은 “그동안 외국인들이 축제를 찾아 소비를 많이 했었는데 이번엔 축제 활성화도 안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17일 오후 홍익대 축제에는 학생주점 대신 푸드트럭이 자리잡았다. zunii@newspim.com 2018.05.17 <사진 = 김준희 기자> |
학생주점이 사라진 곳엔 푸드트럭과 매점이 들어섰다. 각 학과와 동아리를 위한 천막 부스가 ‘ㄷ’자로 들어선 한 쪽 구석에선 핫도그와 닭꼬치·스테이크·아이스크림·감자튀김 등 다양한 음식을 팔고 있었다.
홍익대 총학생회는 “아쉬워할 학우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해 주류 매점 및 푸드트럭을 섭외했다”고 밝혔다. 학생회가 자체적으로 ‘프리 드링크’ 행사를 열어 무료로 주류를 나눠주기도 했다.
신민준 홍익대 총학생회장은 “예전에는 주점 수익을 학생들 동아리 회비나 공연 지원비 등으로 썼는데 이번엔 다른 상인들에게 수익을 그대로 가는 격”이라며 '학생주점'이 금지된 데 대해 아쉬움을 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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