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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시밀러가 단순 복제약?…"바이오 기술 가치 제대로 봐야"

기사입력 : 2018년05월16일 11:28

최종수정 : 2018년05월16일 13:14

금감원, 참여연대 "복제약이어서 가치 높지 않아"
바이오 업계 "바이오 시밀러는 제네릭과 근본적으로 달라. 가치인정해야"

[서울=뉴스핌] 김근희 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를 심의하는 금융위원회의 감리위원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관계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 평가에 대해 금융감독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간의 논쟁이 치열하다.

금감원과 참여연대는 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를 만드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가 과대 평가됐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바이오 업계에서는 바이오시밀러를 화학합성의약품 복제약(제네릭)과 똑같이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바이오 기업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논란 과정에서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가치가 폄하되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금감원과 참여연대 측은 바이오시밀러의 가치가 높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고, 일부 국회의원들은 바이오시밀러를 제네릭과 혼동하며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분식회계 논란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말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사로 바꾸면서 시작됐다. 이로 인해 지분 가치 평가 기준이 장부가격에서 시장가격인 4조8000억원대로 바뀌었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조9049억원의 흑자전환을 기록했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사로 바꾼 것이 부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한국과 유럽 허가 당국으로부터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 '브렌시스(유럽명 베네팔리)'와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렌플렉시스'의 품목허가를 받으면서 기업 가치가 증가했다고 해명했다. 미국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져 회계처리를 변경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참여연대와 금감원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는 복제약으로 가치가 높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바이오시밀러는 제네릭과 완전히 다르다"며 "제네릭은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설비기술, 생산공정 기술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네릭은 화학합성의약품의 복제약으로 화학 합성식만 안다면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만들 수 있다. 특허가 풀린 화학 합성의약품의 복제약이 수십 개가 쏟아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반면 바이오시밀러는 단백질, 세포, 항체 등을 이용해 만든 바이오 의약품을 복제한 약이다. 복제약이지만 세포의 배양 조건, 정제 방법 등에 의해 최종 산물의 특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원조의약품과 똑같이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유사하다는 의미의 바이오시밀러(Similar)라고 부른다.

바이오는 생물이라는 특성상 생산성이 낮기 때문에 수율을 올리는 등의 생산공정 기술과 설비기술이 필요하다. 테바, 론자, MSD, 베링거인겔하임 등 다국적 제약기업들도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포기할 만큼 바이오시밀러 개발이 까다롭다. 글로벌 임상시험을 해야 하고, 임상시험 비용도 3000억원 이상이 든다.

◆바이오시밀러 시장, 연평균 50% 성장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브렌시스가 한국과 유럽 허가 당국으로부터 각각 2015년 9월과 2016년 1월 품목허가를 받고, 2015년 12월 렌플렉시스가 판매승인을 받은 것 역시 가치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앞서 일각에서는 바이오시밀러의 핵심 시장인 유럽 판매허가 시기가 2015년 회계처리 시기보다 늦어 선후 관계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는 유럽 품목허가 과정을 몰라서 나온 비판이다.

유럽의 경우 최종 판매 승인을 내리기 전에 유럽의약품청(EMA)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가 회사에 '긍정의견'을 통지한다. 통상적으로 CHMP의 긍정의견이 나오면 2~3개월 이내에 최종 판매 승인이 떨어진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5년 11월 CHMP의 긍정의견을 받았고, 2~3개월 이내에 브렌시스 유럽 판매 허가를 받을 것이란 사실을 알았다. 긍정의견을 받은 사실은 당시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된 바 있다.

당시 브렌시스는 유럽에서 처음으로 허가를 받은 엔브렐 바이오시밀러였다. 원조의약품인 엔브렐의 시장규모는 약 3조원으로 추산된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여부는 알 수가 없지만, 그 과정에서 바이오시밀러의 가치까지 잘못 평가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업계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일"이라고 했다.

실제로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CBR 파마 인사이트에 따르면 바이오시밀러 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30조원으로, 2020년까지 연평균 40~50% 수준으로 성장해 약 59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2020년까지 블록버스터 바이오의약품 8개의 특허도 만료돼 더 많은 바이오시밀러가 시장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ke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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