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특정 지원자 합격케 해"..업무방해 혐의 인정
"평가표 직접 조작 안해"..사문서 위·변조는 무죄
'직권남용' 이문종 전 금감원 총무국장도 재판중
[서울=뉴스핌] 김범준 기자 = '금융감독원 채용비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병삼(56) 전 금감원 부원장보가 1심에서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9단독 류승우 판사는 25일 이 전 부원장보의 업무방해 등 혐의 선고공판에서 "금감원 직원 채용과정에서 타인의 업무를 방해한 사실이 유죄로 인정된다"며 징역 8월을 선고했다.
이병삼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출처=개인 프로필 사진> |
류 판사는 "피고인은 지난 2016년 하반기 채용 당시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이 강모씨를 언급하며 '유능한 직원임. 책임 보장함. 선처 부탁드립니다'고 보낸 청탁 문자메시지 받고 인사팀장 서모씨에게 전달했다"고 전제했다.
이어 "서씨가 면접위원에게 평가표를 수정해 당초 합격자였던 윤모씨를 떨어뜨리고 강씨를 올리라고 지시한 것은 오로지 피고인의 의사 때문"이라며 "면접위원의 공정한 업무 수행을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은 전형이 마무리된 후 강씨의 합격 여부를 묻자 서씨는 '예 국장님. 말씀 대로 (합격) 됐습니다'고 답했다"면서 "이는 단순히 특정인의 합격 여부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고 구체적인 지시가 없었더라도 하급자 입장에서는 그를 합격 시키라는 지시로 인식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류 판사는 "금감원 공직자들은 사회생활이라는 명분으로 청탁을 받거나 거리낌 없이 피감기관으로부터 선물을 받기도 하고 필요에 따라 기준을 변경하는 등 무원칙을 보여왔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이어 "피고인은 이러한 금감원 조직 문화의 희생양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선고 이후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이 전 부원장보가 직접 평가표를 수정하거나 수정지시를 내린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검찰이 제기한 사문서 위·변조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또한 지난 2016년 금감원 상반기 민원처리 전문직원 부정 채용에 대해 "인사팀장이었던 서씨가 평가 점수를 조작해 사전에 청탁을 받은 지원자 3명을 합격시킨 것은 피고인의 지시에 따른 결과라고 확신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이형석 기자 leehs@ |
앞서 감사원은 지난해 9월 금감원 기관운영 감사 결과에서 채용 과정에 문제점이 발견됐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남부지검 기업금융범죄전담부(형사6부 김종오 부장검사)는 이 전 부원장보가 지난 2016년 금감원 총무국장으로 재직 당시 상·하반기 직원 채용 과정에서 평가 점수를 조작해 지원자 4명을 부당 합격시킨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부원장보 외에도 이문종(57·구속기소) 전 금감원 총무국장이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청탁을 받고 한국수출입은행 간부의 아들을 최종 합격시켰다는 의혹도 발견됐다.
검찰은 금감원과 김 회장 자택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인 뒤 지난해 11월 이 전 부원장보를 업무방해 및 사문서 변조·행사 혐의, 같은해 12월 이 전 국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각각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지난 11일 열린 결심 판에서 "최근 은행권 채용 비리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데, 은행 감독기관인 금감원 마저 범행을 저질렀다.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이 전 부원장보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비슷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국장은 서울남부지법 형사13단독 김국식 판사의 심리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전 국장의 4차 공판은 다음 달 8일 오전 10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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