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삼성이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 '작업환경 측정보고서'에 국가 핵심기술 내용이 포함됐는지 여부를 판단해달라며 산업통상자원부에 요청한 가운데, 주무 부처인 산업부와 고용노동부간 신경전이 번지고 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고용노동부의 삼성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기술 공정이 포함된 보고서 외부 공개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 반도체 분야 전문가로 알려진 백 장관이 고용부 방침에 정면 대응하면서 16일 열릴 반도체전문위원회 결과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3일 산업부 등에 따르면 백 장관은 지난 12일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열린 조찬강연회에서 “반도체 생산시설 배치 등 핵심기술 공개는 피해야 한다”며 “산업기밀 유출에 대한 기업의 우려를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부는 국가 핵심기술의 기밀이 유출되는 것을 굉장히 고민해야 하는 부처”라며 “산업기술이 외국 경쟁업체에 유출될 가능성을 주의깊게 보고 있으며 반도체 생산공정 내용까지 공개되는 것에 대한 삼성이나 SK 등 걱정을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백 장관은 장관이 되기 전 한양대 공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반도체 연마제 기술을 개발할 정도로 반도체 분야 전문가다. 삼성이 해당공정을 국가 핵심기술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한 것과 관련서는 16일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전문위원회를 열어 판단할 것도 약속했다.
고용부는 근로자의 안전을 이유로 보고서를 공개해야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 지난 9일 고용부는 긴급간담회를 열고 보고서 공개를 강행하겠다고 못박았다. 삼성측에서는 보고서 내용 가운데 ‘공정별 화학물질 사용상태’와 ‘측정 위치도’가 영업기밀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공정별 화학물질 사용상태를 통해 화학물질 배합비율을 파악할 수 있고, 측정 위치도는 라인배치와 연결돼 중국등 업체에 고스란히 반도체 공정을 알려준다고 말한다. 반면 고용부는 산재 피해를 입증하기 위해 필요한 자료라는 입장이다.
세종정부청사 고용노동부 전경. <사진=뉴스핌 DB> |
삼성은 작업환경 측정보고서를 사업주가 작업장 내 유해물질(총 190종)에 대한 노동자의 노출 정도를 측정하고 평가해 그 결과를 저장해왔다. 이 보고서는 6개월마다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제출한다. 고용부는 해당 문건에 대한 진위 여부를 산업부에 요청한 상태다.
고용부는 지난 2월 삼성전자 온양공장의 작업환경 측정보고서를 유족에게 공개하라고 한 대전고법의 판결을 근거로 해당 정보를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에게도 공개할 수 있도록 행정지침을 개정했다.
산업부는 삼성의 입장을 대신하고 고용부는 근로자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견해차가 확연히 다르다. 정보공개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가 '중재'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는 관측이다. j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