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삼성 서초사옥서 '무노조 경영' 규탄 집회
"노조인정·성실교섭 원해" "연대 투쟁할 것"
[뉴스핌=김준희 기자] "헌법은 노동 3권을 보장하는데 삼성은 무노조 경영전략으로 당연한 권리를 짓밟고 있다."
최근 검찰 수사로 6000여 건의 '노동조합 와해' 문건이 발견되면서 삼성그룹 노동자들이 집단반발하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등 삼성그룹사 4개 노조는 오늘(3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삼성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의 '무노조 경영'과 '노조와해 문서 등을 통한 부당노동행위'를 규탄하고 삼성에 '노조할 권리'를 요구했다.
그동안 삼성그룹은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노조는 안된다"던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유훈을 토대로 무노조 방침을 이어왔다.
노조 측은 "삼성의 노조 와해 전략을 담은 'S그룹 노사전략' 등이 그대로 실행되었다"며 "노동조합할 권리를 보장한 헌법과 법률은 삼성의 무노조 경영 앞에 무력했다"고 규탄했다.
'S그룹 노사전략'은 지난 2013년 10월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공개한 삼성 측 문건으로 ‘노조설립 시도에 알박기로 대응하라,’ ‘노조 조기와해가 안되면 고사화(枯死化)시켜라,’ ‘문제인력 개개인에 대한 100과사전을 만들라’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발언자로 나선 장봉렬 삼성에스원노조위원장은 "지난해 12월 교섭요구노조 확정 공고 후 개별교섭을 하고 있으나 1차 교섭 자리에도 대표이사가 참석하지 않는 등 노조무시와 교섭해태로 일관하고 있다"며 노조무력화 중단과 성실교섭을 촉구했다.
나두식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대표지회장은 "삼성의 세 가지 결자해지를 원한다"며 '무노조 경영 폐기', '하청 노동자 직접 고용 재검토', '산재 인정 및 배상' 등을 요구했다.
나 대표지회장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권을 인정하는 것이 첫 번째 시작이고, 초일류 기업 삼성의 성장 배경이 된 수많은 하청 노동자들의 희생을 고려해 직접 고용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강남역 8번 출구 앞에는 2년이 돼가도록 반도체 노동자들이 투쟁 중"이라며 "산재 피해자들에게 산재 사실을 인정하고 진심 있는 사과와 공정한 배상을 하는 것이 이재용 부회장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에게 전달할 면담요청서를 들어 보이는 삼성 계열사 4개 노조 연대. <사진=김준희 기자> |
이날 4개 노조의 연대는 삼성그룹 계열사 노조의 첫 조직적 움직임이다. 노조 측은 "각각이 마주한 상황은 다르지만 공동의 행동만이 문제해결의 지름길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며 "오늘을 기점으로 연대해 투쟁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4개 노조는 전국금속노조 산하 삼성전자서비스지회·삼성지회(구 에버랜드노조)·삼성웰스토리지회와 전국서비스산업노조 산하 삼성에스원노조다.
한편, 이날 이재용 부회장에 면담요청서를 전달하겠다며 삼성 본관으로 진입하려던 노조원들은 이를 저지하던 경비원들과 마찰을 빚다 "미래의 우리 노조원들과 더이상 무력충돌을 원치 않는다"며 면담요청서를 즉석 낭독한 후 철수했다.
3일 오전 12시쯤 면담요청서를 전달하기 위해 삼성 본사에 진입하려는 노조원들과 경비원들이 대립하고 있다. <사진=김준희 기자> |
[뉴스핌 Newspim] 김준희 기자 (zuni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