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청장, 인사청탁 등 명목 3천만원 받은 혐의
법원 "돈 건넸다는 뇌물공여자 진술 신빙성 없어"
무죄 나오자 법정서 소란도
[뉴스핌=고홍주 수습기자] 불법 다단계 업체 IDS홀딩스로부터 3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구은수(62)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IDS홀딩스 측으로부터 수사 편의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이 22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호송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성창호 부장판사)는 22일 뇌물수수·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구 전 청장에게 징역 10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구 전 청장에게 인사청탁 등 명목으로 뇌물을 제공한 IDS홀딩스 회장 유모(64)씨에게는 징역 1년 6월을, 유 씨에게 돈을 받아 구 전 청장에게 건넨 혐의로 기소된 자유한국당 이우현 의원의 전 보좌관 김모(66) 씨에게는 징역 1년의 실형을 각각 선고했다. 유 씨와 김 씨에게는 각각 4000만원과 2500만원의 추징금도 선고됐다.
집행유예 판결에 따라 법정 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던 구 전 청장은 석방됐다.
법원은 구 전 청장의 인사청탁에 대한 뇌물수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금융자료 등의 객관적 물증 없이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려면 진술에 의심의 여지가 없어야 한다”면서 “하지만 수사과정에서 재판과정에 이르기까지 유 씨와 김 씨의 자백이 일관되지 않는다”고 무죄 판단 배경을 설명했다.
구 전 청장이 사건을 영등포경찰서 지능수사팀 윤모 경위에게 배당하도록 직권남용을 행사한 부분에 대해서는 일부 유죄로 판단했다. 이에 대해 “피고는 서울의 사건수사를 총괄하는 수장으로서 수사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지휘할 의무가 있음에도 친분 있는 사람의 청탁 들어주려고 지위를 남용”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당시 피고가 사건을 배당하도록 한 윤모 경위와 IDS홀딩스 간에 친분관계가 있었는지를 알만한 정황이 없고 수사가 부당하게 행해졌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도 덧붙였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구 전 청장이 경찰관 두 명을 승진시켜 IDS홀딩스의 사기 사건과 관련한 수사가 진행 중인 영등포경찰서로 보내달라는 인사청탁과 함께 3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했다.
한편, 이날 법정은 IDS홀딩스의 다단계 사기 피해자들의 높은 관심으로 떠들썩하기도 했다. 재판부가 구 전 청장의 뇌물수수에 대한 무죄 판단 이유를 얘기하자 한 여성이 “엉터리 판사야!”하고 소리를 질러 법정 밖으로 퇴정조치 되기도 했다.
[뉴스핌 Newspim] 고홍주 수습기자 (adelant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