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사안 등 대부분 청와대 권한 밖
"여론 수렴의 장..긍정적 측면 잘 살려가야"
[뉴스핌=정경환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을 평창동계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에서 파면하라는 청원이 등록 5일 만에 참여인원 26만명을 넘어섰다. 이제 청와대가 청원에 대한 답변을 내놓아야 하는데, 문제는 청와대가 답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청와대 국민청원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다. 청와대가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 청원을 가득 채우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청와대가 답변할 수 없는 것을 청원하는 경우가 많다"며 "입법 사안이라든지, 이번 나 의원 건도 그렇다"고 말했다.
◆ 나경원 평창위원 해임? 조직위원회 소관
실제 평창동계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을 해임하는 것은 조직위원회가 권한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의원을 파면하라는 청원은 등록 3일 만인 지난 23일 참여인원 20만명을 돌파, 이날 현재 26만명에 이르렀다.
평창동계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인 나 의원이 평창 올림픽이 '평양 올림픽'이 될지도 모른다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에 남북 단일팀 반대 서한을 보내고, 남북이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입장하는 것을 반대했다는 게 이들을 화나게 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이 같은 폭발적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청원 참여자들이 속시원한 답변을 얻기는 힘든 상황이다. 결정 권한이 없는 청와대로선 나 의원 파면과 관련해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료=청와대 홈페이지> |
◆ 권한 없는 청와대 답변, 국민 요구 해소엔 역부족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시된 국민청원 중 지금까지 총 8건의 청원이 답변 기준을 넘어섰다. 소년법 개정을 시작으로 낙태죄 폐지, 주취 감형 폐지, 조두순 출소 반대, 권역외상센터(이국종 교수) 지원 강화, 전안법(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 폐지, 가상화폐 규제 반대 그리고 나 의원 파면 청원이 답변 기준을 충족했다.
8건 중 소년법 개정과 낙태죄 폐지, 주취감형 폐지, 조두순 출소 반대, 권역외상센터(이국종 교수) 지원 강화 청원에 대해선 청와대가 이미 답변을 내놨다. 청와대는 이어 전안법(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 폐지에 대해선 이날 답을 했고, 이제 가상화폐 규제 반대 그리고 나 의원 파면 청원 답변을 준비 중이다.
6건의 답변이 나왔지만, 국민들의 답답한 마음이 해소시키기엔 부족했다.
청와대는 이날 전안법 폐지 청원에 대해 "지난해 말 법 개정으로 그동안 제기된 문제가 대부분 해소됐다"고 전했다.
앞서 소년법 개정 청원에 대해서는 "처벌 강화가 해법이 아니다"고 했고, 낙태죄 폐지 청원에는 "현재 낙태죄 관련 위헌법률심판 사건이 진행 중으로,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답했다.
그나마 권역외상센터 지원 정도가 청와대나 정부가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청원이다. 정부는 해당 청원에 대해 "의료수가를 인상하고, 닥터헬기를 밤에도 운영하겠다"며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내놓았다.
◆ 청와대 국민청원 놓고 찬반 가열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청와대에서 직접 청원을 받는 건 바람직하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면서 "청원은 입법과 연관성이 많은데, 정당정치 하에서 정당을 통한 청원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청와대 국민청원이 참여민주주의 관점에서 일정부분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는 평가다. 국민들의 현재 관심사가 무엇인지, 국민들이 무엇에 기뻐하고, 무엇에 분노하는지 빠른 시간 내 분명히 알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청와대 국민청원이) 처음부터 이중적 성격이 있었을 것"이라며 "청원의 기능, 즉 정책 방향이라든지 이런 거에 대한 국민 제안 같은 게 있고, 의견 표현의 장으로서의 기능이 있다"며 "둘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게 제일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초기 단계라 출렁거리는 것일 수 있다. 장단이 있을텐데, 개인적으론 장점이 많지 않나 생각한다"며 "사람들이 뭘 생각하고 뭘 답답해하는지 딱 보인다. 다양한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다는 건데, 그때 그때 여론 수렴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엄 소장은 "최근 청와대 청원을 보면 (문 대통령) 지지자들의 과도한 집단행동이나 감정 표출로 흐르는 경향이 없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큰 틀에서 보면 방향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