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진영 기자] '헤드윅', '베어더뮤지컬'은 늘 밑도 끝도 없이 '동성애 뮤지컬'로 불린다. 성소수자 캐릭터는 현실에서처럼 무대에서도 늘 오해와 편견 속에 있다. 그럼에도 누구든 존재 자체로 소중하다는, 가장 쉬운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덴 그만한 장치가 없다.
동성애와 관련한 코드나 성소수자들의 얘기는 그 자체로 자극적인 소재인데다, 극적 효과를 느끼기 쉬운 상황들이 조성돼 뮤지컬에서는 꽤 자주 찾아볼 수 있는 설정이다. 물론 '킹키부츠'의 롤라는 조금 다르다.
<사진=쇼노트> |
◆ 존재를 부정당하고 버려진 성소수자, 헤드윅
여자도 남자도 아닌 트렌스젠더 헤드윅. 뮤지컬 '헤드윅'에서는 주인공인 그의 사연과 이야기를 전체 극의 서사로 삼는다. 동베를린을 떠나오려 성전환 수술을 감행하지만, 실패로 끝나고 미국에서 사랑하는 남자에게 여러 차례 버림받은 그의 삶은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 어디에서든 부정당하는 존재다. 그 탓에 과도하게 우스꽝스럽고, 미친 사람처럼 보이는 장면들이 다수 등장한다. 이 때문에 극중 헤드윅을 그저 정신나간 트랜스젠더 정도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터다.
그럼에도 헤드윅이 그토록 갈망해왔던 것이 단지 한 인간으로서 타인에게, 또 스스로에게 인정받는 것이었음을 깨닫는 순간, 그의 행동과 감정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성 소수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조금씩은 타인과 다른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헤드윅은 여러 면에서 꽤 교훈적인 캐릭터다. 뮤지컬 '헤드윅' 자체와, 헤드윅 캐릭터의 본질은 그 첫 인상과는 딴판인 셈이다.
<사진=오픈리뷰> |
◆ 성 정체성의 위기에 빠진 10대, '베어더뮤지컬'의 제이슨과 피터
엄격한 규율의 카톨릭 학교에 성 정체성을 고민하는 아들을 보낸 엄마. 피터는 이 곳에서 동성 연인 제이슨을 만나고, 그와 사이를 솔직하게 밝히고 싶어한다. 제이슨은 수재이자 교내 킹카인 자신의 평판을 잃고 싶지 않아 피터를 몰래 만난다. 위선적인 행동에 상처받은 피터를 두고, 급기야 자신을 흠모하던 여학생 아이비와 사고를 친 제이슨. 충격적인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나자, 결국 제이슨은 목숨을 끊어버린다.
피터와 제이슨은 어쩌면 가장 극한 상황에 놓인, 미성숙한 성소수자들을 대변한다. 스스로를 인정하고 남들에게도 인정받고 싶어했던 피터와 진실을 숨기려했던 제이슨. 비극적인 결말 앞에 '그저 사랑'일 뿐이었던 둘의 감정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세상 앞에서, 성소수자가 아닌 그 누구라도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뜻밖의 경고까지 담긴 메시지가 뼈아프다.
뮤지컬 '킹키부츠' 공연사진 [사진=CJ E&M] |
◆ 본질과 진심을 꿰뚫어보는 유쾌한 에너지, '킹키부츠' 롤라
뮤지컬 '킹키부츠'의 롤라는 드랙퀸(여장남자)이고, 특별한 능력을 지닌 인물이다. 주인공 찰리의 공장이 망할 위기에 처했을 때, 롤라만의 재능과 조언으로 그를 일으켜 세운다. 성소수자의 범주에 속하는 사람이지만, 누구든 능력이 발휘될 수 있는 조건이 된다면 성공할 수도 있다는, 뻔하지만 귀중한 교훈을 전한다.
특히나 찰리가 두 번, 세 번 무너질 때 롤라의 역할은 엄청나다. 보다 유쾌한 에너지로 가득한, 다양한 성소수자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 '킹키부츠'의 미덕이다. 롤라는 누구보다 문제의 본질을 파악할 줄 알고, 진심을 귀중히 여기는 완성된 인격의 캐릭터다. 과연 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편견이 얼마나 무가치한 지를 분명히 상기시킨다. '킹키부츠'를 단순히 '동성애 뮤지컬'로 폄하할 수 없는 이유다.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