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업계, 최저임금 인상 직격탄
셀프주유소 올해 2300개→ 3000개 증가 전망
[뉴스핌=유수진 기자] "원래 마진이 안 남아 힘든데 최저임금까지 오르니 직원들 월급날이 다가오는 게 무섭습니다. 셀프주유소 전환도 생각 중인데 비용이 만만치가 않네요. 사실 폐업까지도 고려하고 있어요. 휴~"
서울 성북구 보문동에서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 모씨(55)는 연초부터 한숨이 늘었다. 올해 1월부터 시간당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올라 직원들 월급 주기가 빠듯해졌기 때문이다. 인건비 걱정에 직원 수를 줄일까 고민도 했지만 이미 최소인력으로 꾸려가고 있는 터라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 김씨는 "만약 우리 애가 좀 크면 일을 같이 해도 되겠지만 아직 어려서 그것도 못 한다"며 "이 참에 주유소를 접는 게 나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 시내 한 주유소 / 이형석 기자 leehs@ |
주유소업계가 지난해 6470원에서 올해 7530원으로 16.4% 오른 최저임금 직격탄에 시름하고 있다. 주유소는 대부분 시간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대표 업종이다. 새해 들어 크게 오른 최저임금 탓에 인건비 부담을 느껴 셀프주유소 전환이나 폐업을 검토하는 주유소가 늘고 있다.
15일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업계는 현재 2300여개 수준인 셀프주유소가 연말 3000개 정도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셀프주유소란 고객이 차량에서 내려 직접 주유기를 작동, 결제까지 해야 하는 주유소로, 보통 관리인력 1명 정도만 두기 때문에 인건비가 적게 든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과도하게 인상돼 인건비에 대한 고민들을 많이 하고 있다"며 "경영난이 악화돼 셀프주유소가 확대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셀프주유소로 전환하는 비용도 만만찮다. 셀프주유기의 가격은 대당 2000만원 정도로, 보통 6기 정도 들여놓으려면 1억원이 넘는 비용이 필요하다. 그동안 주유소 사장들이 인건비를 감당하면서도 전환을 미뤄온 이유다. 하지만 최저임금 부담이 한층 늘어난 지금 고육지책일지라도 살 길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주유소는 업종 특성상 인건비의 영향이 크다. 정유사로부터 제품을 구매해 와 유통마진을 남기는 업종이다 보니 제품마진에서 인건비와 세금, 임대료, 카드 수수료 등을 제하고 남는 게 영업이익이다. 즉, 주유소 사장 입장에선 사실상 인건비를 제외하곤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폐업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셀프로의 전환이 어려운 주유소들은 매출이 낮은 심야시간에 영업을 단축 혹은 중단하거나, 직원을 내보내고 가족끼리 운영하는 등의 사례가 늘고 있다"며 "끝내 폐업을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인건비 부담을 견디다 못해 사업을 접는다는 얘기다.
따라서 업계는 향후 셀프주유소의 비중이 점점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경영난에 인건비 부담 등이 더해져 폐업하는 주유소가 느는 동시에, 셀프주유소로의 전환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경쟁으로 마진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인건비가 가중돼 더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재 전체 주유소 대비 셀프주유소 비중이 20%를 조금 넘는 수준이지만 앞으로 그 비중이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유수진 기자 (uss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