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계류 중 법안 907건…타 상임위 법안만 20% 넘어
12월 임시국회 법사위 실적 36건…전체 법안 3.8% 불과
여당 다음주 '국회법 개정안' 발의…한국당 '최후의 보루' 카드 포기 않을 것
[뉴스핌=조세훈 기자] 올해 마지막 임시국회가 개회했지만 개혁·민생 법안이 법안 통과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무더기로 가로막혀 사실상 빈손으로 막을 내릴 운명에 처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법사위가 '법 위의 법사위', '상원' 노릇을 한다고 분통을 터뜨리며 법사위의 최대 무기인 '체계자구심사 제도'를 뜯어고치겠다고 벼르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 장면 <사진=뉴시스> |
22일 국회에 따르면 현재 법사위에 계류된 법안은 법사위 고유 법률안 717건, 타 위원회 법률안 190건 등 907건이다. 각 상임위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된 후 법사위에 발목을 잡힌 타 위원회 법안만 해도 전체의 20%를 넘는다.
반면 이번 임시국회에서 법사위가 통과시킨 법안은 36건으로 전체 법안의 3.8%에 불과하다. 민생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연 12월 임시국회가 자유한국당의 상임위 보이콧과 의원들의 외유 등이 겹치며 '빈손 국회'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은 회의를 열지 않거나 체계와 자구 심사를 이유로 시간을 끄는 등 법사위의 '갑질'을 '빈손 국회'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한다. 타 상임위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법도 법사위에만 가면 잠이 든다는 것이다.
지난 본회의에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통과된 세무사법 개정안(변호사의 세무사 자격 자동 취득 규정 삭제)만 해도 1년 동안 법사위에 계류했다. 이 같은 법안이 법사위에 무더기로 쌓여 있다는 얘기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에서 "모든 상임위가 제 역할을 할 시간도 부족한 판에 보이콧과 정쟁으로 허송세월하게 한 일부 야당에 대해 유감스러울 따름"이라며 "국회법을 악용하는 '법 위의 법사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봤다. 국회법 개정 등 모든 (방법을) 강구해 악순환을 끊어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무엇보다도 법사위가 다른 상임위 위에서 '옥상옥'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준 '체계자구 심사권'이 문제라는 인식이다.
법사위 체계자구심사 절차는 1951년 제2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법안내용이 여러 상임위원회와 중복되어 있거나 방대한 예산이 필요로 하는 법안의 경우 보다 깊이 있는 논의를 하는 등 법안의 재심기능을 수행해 완결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그러나 쟁점법안의 경우 여야 대립으로 입법이 지연되거나 가로막히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수정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민주당도 다음 주 초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을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할 방침이다.
그러나 법사위원장직을 가지고 있는 한국당이 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 카드를 순순히 내줄리 없다. 관례적으로 제1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것도 여당 독주를 막기 위한 성격이 짙다.
실제 지난 19대 국회에서는 한국당 원내대표인 당시 여당 소속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이 반대로 야당의 법안 발목잡기가 심각하다며 '법률안 자구심사' 기능을 삭제하는 법안을 낸 바 있다.
정치권 모두 법사위의 체계법률안 자구심사가 문제라고 인식하지만 서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탓에 국회법 개정 합의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뉴스핌 Newspim] 조세훈 기자 (ask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