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고용지표 요동치는데 '인구감소' 반복하는 정부
[세종=뉴스핌 한태희 기자] 김모씨(30세)는 대학교에서 체육학과를 전공했다. 김씨는 재활치료센터에서 수술 후 근력 회복 치료를 받는 환자를 돕는 일을 하고 싶었다.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2013년 대학 졸업 후 김 씨는 방과 후 교실 체육교사, 주민센터 생활체육 강사를 전전했다.
김씨는 2015년 부동산업에 뛰어들었다. 아파트 분양 대행 일을 하는 형이 함께 일하자고 권했다. 비정규직 체육강사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솔깃했다. 서울과 인천, 세종. 아파트 분양 대행 일감을 따낸 지역이라면 가리지 않고 돌아다녔다.
김씨는 지난 추석 이후부터 쉬고 있다. 아파트 분양 대행 앞날이 밝지 않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김씨는 당분간 쉬면서 다음에 어떤 일을 할지 고민한다는 계획이다.
20일 정부에 따르면 김씨와 같이 부모 식당 등 가족 일을 도우며 취업을 준비하다가 일자리 찾기를 포기하는 청년이 늘어나고 있다. 무급가족종사자가 줄어드는 사이 비경제활동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일할 능력이 없거나 능력은 있지만 일을 할 의사가 없는 사람을 말한다.
최근 한 달 동안 무급가족종사자가 3만9000명 감소할 때 비경제활동인구는 5만3000명 증가했다. 무급가족종사자는 가족이 운영하는 농장이나 사업장에서 일주일에 18시간 넘게 일한 사람이다.
무급가족종사자는 일을 했으므로 당연히 취업자로 구분된다. 무급가족종사자가 줄면 취업자도 함께 감소하는 대신 실업자가 늘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지난 한 달 동안 취업자와 실업자가 각각 1만명, 2만2000명 감소했다. 무급가족종사자가 경제활동인구에서 비경제활동인구로 넘어갔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와 같은 고용 관련 수치 변동 원인을 인구 감소에서 찾는다. 전체 인구가 줄어드는 추세이므로 취업자 등의 절대적인 수치도 지난해와 비교하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인구 감소와 맞물려 취업자 증가 폭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도 석연치 않다. 15세 이상 인구는 오히려 늘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11월 15세 이상 인구는 4384만8000명으로 한 달 전보다 2만명 늘어서다. 1년 전과 비교하면 31만1000명 증가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관계자는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어드는 속도와 취업자나 실업자, 비경제활도인구 증감 속도를 자세히 비교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