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단계로 내년도 계획만 발표...예상치보다 15%가량 적어
최종 계획은 내년으로 미뤄..."사업계획 수립 차질"
[뉴스핌=심지혜·유수진 기자]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예상치보다 적은 85% 수준으로 줄이면서 이를 이행해야 하는 기업들의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정부 발표가 6개월가량 늦어진데다 최종안은 내년 확정될 예정이어서, 향후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기업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19일 국무회의를 개최하고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 한도를 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제2차 계획기간 국가1 배출권 할당계획’을 의결했다.
할당계획은 2차 계획기간 배출권거래제에 참여하는 발전에너지, 철강, 석유화학 등 5개 분야 26개 업종(591개 기업)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배출 한도를 정하는 것으로 해당 기업들은 매 계획기간 단위로 할당받은 배출권 범위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다. 할당 배출량이 부족한 기업들은 시장에서 구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2차 계획기간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며 정부는 이달 말까지 1단계로 내년도분 배출권을, 내년 중에는 전체 2차 계획기간에 대한 배출권을 확정할 예정이다.
1단계 배출량은 지난 2014년부터 2016년 배출 실적을 바탕으로 기업들이 예상한 2018년 예상 온실가스 배출량의 85.18% 수준인 5억3846만톤이다.
<자료=기획재정부> |
기업들은 이번 정부 발표에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예상보다 15%가량 줄어든데다 할당량이 부족해 시장에서 배출권을 구입해야 하는 경우, 비용 부담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배출권 수급 불균형으로 배출권 가격이 50%가량 오르면서 비용 부담까지 커진 상황이다. 배출권 가격은 거래가 본격 시작된 지난해 6월 말 톤(t)당 1만6600원에서 지난달 말 기준 2만8000원대로 치솟았다.
이에 관련, 발전업계 한 관계자는 "업종 특성상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아 배출권을 구입해야 하는데, 할당량을 줄이면 가격이 더 높아질 수 있다"며 "배출량을 줄인다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가격 안정 방안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기업들은 할당량 계획이 늦어진 데에도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는 당초 지난 6월까지 2차 계획안을 확정했어야 하는데, 반년 가까이 늦게 발표하면서도 겨우 내년치만 내놨기 때문이다. 게다가 개별 기업에 대한 배출권 할당량 발표도 이뤄지지 않았다.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정부는 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계획기간 시작 6개월 전까지 배출 허용량을 확정해야 한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사업 계획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정부 발표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진작 나왔어야 할 발표가 반년이나 늦어진데다 배출량까지 줄어 향후 운영에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나머지 계획은 내년에 발표한다고 하니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개별 기업에 대한 배출권 할당이 아직 나온 것이 아니라 좀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당장 내년도 사업 계획을 세우는데 차질이 생기고 있다"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석유화학업계 또한 완성되지 않은 정부 계획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향후 구체화되는 내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석유화학업체 관계자는 “이번에 발표된 내용으로 향후 어떻게 하겠다고 결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아직 전체 계획이 다 나온 것이 아닌데다 업계 전체의 우선 할당량만 나왔기 때문에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심지혜 기자 (sj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