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진설계 부실한 필로티 건물..포항 지진에 휘청
신축 건물에 법적기준 강화..준공 건물은 보강해야
[뉴스핌=이동훈 기자] 지난 14일 발생한 경북 포항 지진으로 ‘필로티 건물’의 위험성이 제기되고 있다.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직후 심각하게 파손된 필로티 건물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필로티 건축물의 내진 성능을 보강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주차장 확보 문제와 건축비 인상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서민 주택인 빌라의 가격이 또 한번 오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17일 포항시청 등에 따르면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파손된 이 지역의 주택은 1000여 채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4일 발생한 포항 지진에 필로티 건물의 위험성이 부각되고 있다. 포항 북구 흥해읍의 한 필로티 건물 모습.<사진=이형석기자> |
특히 필로티 구조의 건물의 파손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필로티 구조는 건물 1층을 아무 것도 짓지 않은 채 기둥을 세워놓고 2층부터 주택을 짓는 건축 양식이다. 면적이 협소한 저층 공동주택인 빌라,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에 주로 적용된다. 이 공간은 일반적으로 주차장 용도로 활용한다.
지난 2002년 주택의 주차 기준이 강화되자 급속도로 퍼졌다. 좁은 공간에서 주차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다가구, 빌라와 같은 소규모 주택에서 광범위하게 적용된 것. 층수로 포함되지 않다 보니 집주인들은 대부분 건물을 새로 지을 땐 필로티 구조를 적용해 주차장을 확보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 같은 구조의 건물이 우후죽순처럼 퍼져나갔지만 안전성에는 취약하다는 평가가 많다. 필로티 구조는 건물 전체가 바닥에 붙은 형태가 아닌 얇은 기둥이 건물을 떠받치는 형태이다 보니 지진이 발생할 경우 버티는 힘이 약하다. 내력벽을 다 없애고 기둥만 건물의 하중을 받치고 있어서다.
실제로 이번 포항 지진에서 필로티 구조가 적용된 다세대, 빌라 기둥이 심하게 갈라지고 파손됐다. 아직 정확한 집계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100채 이상에서 구조물 손상이 발생했다. 일부 주택은 붕괴 위함까지 제기되는 상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으로 전국 주택 중 내진 설계된 비율은 8.2%(동 기준)에 불과하다. 내진설계란 구조물과 지반 등의 특성을 고려해 지진에 안전하도록 건물을 짓는 것이다. 아파트를 포함한 공동주택이 46.6%로 높고, 다가구·단독주택은 4.4%에 불과하다. 구조적 약점에 내진 설계를 적용하지 않은 주택도 많아 대형 지진이 발생할 경우 붕괴 가능성이 있다.
내진설계 기준이 적용된 건 1988년이다. 당시 6층 이상 또는 전체면적 10만㎡ 이상 건축물로 제한한 뒤 적용 대상을 점차 확대했다. 지난 2월부턴 2층 이상이거나 전체면적 500㎡ 이상인 건축물은 내진 설계를 의무로 도입해야 한다. 내진 설계로 버틸 수 있는 지진 규모는 6.0 정도다. 하지만 내진설계 기준이 제정되기 이전에 지어졌거나 현재 의무 대상이 아닌 건물은 지진에 취약하다.
이렇다 보니 실태조사와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시공사 한 관계자는 “내진 설계가 의무화됐지만 공사비, 공사기간과 같은 문제로 설계와 시공을 ‘주먹구구’로 진행하는 건물이 적지 않다”며 “민간 건축물의 경우 내진 설계를 안 해도 처벌 규정이 마땅히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필로티 구조를 지양하고 내력벽을 설치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클린하우징 건축사무소 김명한 실장은 “필로티 기둥을 단순히 건물을 받치는 것이 아닌 내력벽 역할을 하는 구조로 개선해야 지진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미 준공한 필로티 건물은 실태 조사와 보강 공사가 시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렇게 되면 저층 공동주택의 주차장 확보가 어려워진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이에 대한 명확한 해법은 없는 실정. 한 저층 주택업체 관계자는 "빌라는 주차장이 있냐 없냐에 따라 가격과 향후 가치가 결정된다"며 "더욱이 건축비가 올라갈 것이 자명한 만큼 관련 규제가 생기면 빌라 업계는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