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수정 기자] 살아있는 퍼포먼스와 역동적인 애니메이션이 결합한 색다른 연극이 찾아온다.
14일 오전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영국 극단 1927의 연극 '골렘'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극단 1927의 공동창단자 폴 배릿(Paul Barrit)이 참석했다.
'골렘'은 소심한 주인공 '로버트'가 어느 날 말하는 점토인형 '골렘'을 갖게 되면서 일상이 송두리째 바뀌게 되는 이야기다. 서양에서 전해져 오는 '골렘(영혼 없이 움직이는 인형)' 신화를 바탕으로 스마트폰과 디지털기기에 길들여진 현대 사회의 모습을 신랄하게 풍자한다.
폴 배릿은 "2014년에 완성된 '골렘'은 독특한 애니메이션을 선보인다. 무엇보다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려고 집중했는데, 현대사회에서 기술의 역할 등 다양한 이슈를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이야기한다"고 설명했다.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골렘'은 유대인의 전설 속에 등장하는 점토인형이다. 폴 배릿에 따르면, 점점 생명력을 갖게 되고 업그레이드 되는 점토인형이 현대사회에서 스마트폰 등 발전하는 기술을 뜻하는 일종의 메타포다. 폴은 "현대사회의 기술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면서 기술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기술을 어떻게 생산, 소비, 통제하는가에 대한 문제 제기"라고 덧붙였다.
점토인형 '골렘'은 클레이 애니메이션 기법을 통해 촬영, 점토로 진짜 인형을 만든 후 걷고 움직이는 모습을 촬영해 만들어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자랑한다. 폴이 처음부터 끝까지 단독으로 작업하며, 직접 손으로 애니메이션을 그린 후 프레임을 만들어 스캔, 컴퓨터로 옮겨 움직임을 만드는 방식이다. 그는 영화, 책, 여행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영감을 받는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부분은 일반적인 연극이 아니라 라이브 퍼포먼스와 애니메이션, 무대 위 연기가 모두 합쳐져 새로운 형태의 공연이 완성된다는 점. 극단 1927은 2006년 애니메이터이자 일러스트레이터 폴 배릿과 작가 수잔 안드레이드가 창단, 배우 애즈머 애플턴,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릴리안 헨리가 합류해 독특한 조합만큼 개성 있는 작품을 만들고 있다.
폴은 "애니메이션은 어떻게 보면 연극적이다. 무대 위 하나의 도구로 사용돼 인물, 조명 등 무대를 완성시키는 하나의 장치다. 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지만 동시에 애니메이션이 연극의 다른 요소들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며 애니메이션을 통해 전반적으로 환상적인 분위기인 동시에 현실 문제를 유머를 갖고 접근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연극이나 영화, 오페라 등 모든 장르적인 특성을 떠나 어떻게 우리가 현재 갖고 있는 기술을 사용하느냐가 관건이다. 장르적 카테고리를 벗어나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실제로 저희 작업도 모든 요소를 총 망라하는 일종의 하이브리드 형식이다. 모든 아이디어를 수용할 뿐만 아니라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제작 방식을 제시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연극 '골렘'은 2014년 오스트리에 잘츠부르크 페스티벌(Salzburg Festival)에서 초연한 후 런던 영 빅(Young Vic)에서 8주간 전석매진을 기록했다. 이후 뉴욕, 파리, 모스크바, 호주, 중국 등 세계 정상의 극장과 페스티벌을 투어하며 관객들과 만났다. 오는 16일부터 19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사진 LG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