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후 최초 민간거주지 폭격..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한국은행, 컨퍼런스콜 통해 설명..해당은행 인지못해
[편집자] 이 기사는 11월 7일 오후 1시38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뉴스핌=허정인 기자] 지난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당시 국내 시중은행 두 곳의 크레딧라인이 끊겼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해당 시중은행은 이 같은 사실을 파악조차 하지 못해, 중앙은행이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포격 도발로 처참하게 부서진 인천 옹진군 연평도 마을 풍경. <사진=뉴시스> |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직후 독일의 한 은행이 국내 은행 두 곳의 크레딧라인을 끊었다. 휴전 이래 최초로 북한이 민간거주구역을 공격하자 전쟁 위험이 있다고 보고 크레딧라인을 차단한 것.
크레딧라인은 외국환은행이 환거래은행에 신용거래기능을 제공할 수 있는 한도를 말한다. 즉, 신용공여한도다.
해외 은행과 국내 은행 사이의 신용공여한도는 주로 우리나라 수출입 중소기업의 외화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쓰인다. 해외 은행이 수입대금을 먼저 지급하고 국내 기업이 만기일에 금리를 얹어 되갚는 식이다. 이 중간다리 역할을 우리나라 은행이 하게 되는데 양자 간 약정에 의해 하거나, 해외은행 내부적으로 공여한도를 정해놓는 경우도 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시점인 2010년 11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2902억3000만달러로 비교적 풍부했다. 하지만 경상수지가 적자와 흑자를 반복했던터라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외화 확보가 중요한 때였다. 당시 시중은행들은 해외은행과 크레딧라인을 확보했다며 연일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자료=한국은행> |
이런 상황에서 포격과 동시에 해외 은행이 신용대출 한도를 끊어버린 것. 이런 거래단절 사실이 알려지면 연쇄적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었다. 민간거주지 포격으로 인해 남북 갈등이 고조됐고 오바마 전 대통령이 특별 논평까지 내는 등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확산시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해외 사무소를 통해 이 같은 정보를 입수하고, 크레딧라인이 도미노처럼 끊길 것을 우려해 대책회의를 했다”며 “해당 해외은행에 먼저 메일을 보내고 이후 컨퍼런스콜을 통해 우리나라 고유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설명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신속히 문제를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해당 시중은행은 이 같은 과정에 대해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다. 한 차례 홍역을 치른 후 한은이 정기감사를 갔을 때 이에 대해 묻자 시중은행은 사실 관계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국내 은행 관계자는 “약정에 의한 크레딧라인이 아닌, 내부적으로 정해 놓는 신용공여한도라면 당사자인 국내은행이 알기란 쉽지 않다”며 “해외에 지점이 나가 있긴 하지만 업무가 영업에 특화돼 있기 때문에 긴밀한 정보를 입수하는 것에는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