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 리스크 해소+사상최대 경상흑자에 고공행진
급매물 출회시 당국 개입 가능성도
[뉴스핌=김선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과 맞물려 달러/원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 연저점인 1110.50원을 건드렸다.
전승지 삼성선물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 방한하는데 당국이 하락을 용인할 수도 있다는 기대, 그런 부분이 하락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당국 입장에선 연저점과 1100원이 중요한 레벨로서 이게 깨지면 매물이 급하게 나올 수 있으므로 긴장하고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아시아 순방길에 오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주한 미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해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원화가 최근 강세를 보이는데는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다.7일 오전 달러/원 환율이 장중 1110.50원을 터치했다. 전일 대비 4.50원까지 떨어졌던 환율은 이후 하락세를 일부 회복했다.
지난 9월 중순 이후 북한의 추가 도발이 나오지 않으면서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옅어졌다. 여기에 3분기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우리나라 경제가 1.4%(전 분기 대비) 깜짝 성장을 한 것이 원화 강세에 불을 지폈다.
아울러 중국과의 사드 갈등이 봉합되는 등 우리나라 펀더멘탈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국내 증시로 외국인 자금이 몰려들었다. 코스피는 2500선을 뚫고 올라갔고 우상향하는 국내 경제 여건을 반영해 11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된 점도 원화 강세에 힘을 보탰다.
이에 9월 이후 두 달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국면에서도 원화가 상대적 강세를 시현했다. 지난 9월 말 1150원대를 겨냥하던 달러/원 환율은 1110원대 초반까지 하락했다.
지난 9월 8일 100엔당 1049.99원을 기록했던 엔/원 환율은 지난 6일 976.39원에 거래를 마쳤다. 두 달 간 원화가 엔화 대비 7% 강해진 것이다.
전승지 애널리스트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추가로 부각이 안 됐고 10월부터 한국 경제의 호재 관련 뉴스가 집중됐다"며 "성장률이나 한은 금리인상, 한중 관계 개선 기대 등 긍정적 뉴스가 쏟아지면서 환율의 하락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원화 강세가 지속되자 지난 3일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대외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원화 강세 속도가 과도한 감이 있어 면밀히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개입성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달러/원 환율 추이<출처=네이버> |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예정된 오늘과 내일 환율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트럼프의 행보가 외환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지에 가늠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 딜러는 "환율이 많이 내려와서 시장이 예민해진 상황"이라며 "트럼프의 발언이 세게 나온다면 원화가 추가 강세로 갈 수도 있긴 한데, 트럼프의 행보나 발언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섣불리 예상하기 힘들다"고 언급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재협상'과 관련되 통상 압박을 표출할 가능성이 큰데, 이는 오히려 달러/원 환율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 딜러는 "트럼프의 구두상 멘트는 외환시장에 일시적인 영향을 주는데 불과할 것"이라며 "만약 통상 압박이 지속되면서 우리 펀드멘탈이나 (무역) 숫자에 영향을 준다면 이는 환율을 위로 끌어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 국제국 관계자는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항상 그렇듯이 변동성이 커진다면 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