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재계 회동 참석자 결정 못해
세대교체 이뤘지만 '리더십 공백'은 여전
[ 뉴스핌=황세준 기자 ] 삼성전자가 '총수 대행'을 누가 맡을지 고민에 빠졌다. 새로 임명한 사업부문장 중에서 맡기도, 용퇴를 선언한 CEO들 중에 나서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대한상공회의소 챔버라운지에서 열리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5대그룹(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대표자 간담회 참석자를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재계 1위인 삼성전자의 불참 가능성도 열려 있는 상황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 수감되고 그룹 콘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해체한 뒤로 삼성전자는 권오현 부회장이 '총수 대행' 역할로 외부 행사에 참석해 왔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문재인 대통령을 따라 미국을 방문해 민간 경제외교 활동을 펼쳤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국내에서 잇따라 만나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권 부회장은 지난 13일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장에서 사퇴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선언했다. 이후 지난 1일자로 김기남 사장이 후임 부문장에 선임됐다.
권 부회장은 여전히 이사회 멤버로서 내년 3월까지 대표이사 역할을 수행하나, 그룹을 대표해서 외부 행사에 참석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사퇴 의사를 밝힌 인물이 나오면 정부에서 탐탁치 않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진단도 있다.
그가 사퇴를 발표했을 당시 재계는 윤부근 대표이사(CE 부문장)를 새로운 '총수 대행'으로 점쳤으나 윤 사장 또한 동반사퇴했다. 김현석 사장이 새 부문장을 맡았다.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던 이상훈 사장(CFO)마저 경영지원실장에서 물러났다. 차기 이사회 의장으로 추대되긴 했으나 등기임원 합류 시점은 내년 3월이다. 곧, 삼성전자 내에 현재 총수 대행을 맡을 적합한 인물을 찾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신임 부문장들 중에서 나서기도 애매하다. 회사 전체의 사정을 알기 힘든데다 직급도 사장으로 동일하기 때문이다. 회사측은 "이번에 부회장 승진은 없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신임 사업부문장들의 평균 나이는 63.3세에서 57세로 6세 이상 젊어져 세대교체를 이뤘다. 하지만 리더십 공백은 여전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의 인사 후 진짜 리더가 누구인지 아직 확실치 않다"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 안팎으로 '총수 대행'이라는 말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미전실이 존재하던 과거와 달리 계열사별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이재용식 뉴삼성' 체제로 전환 중이라는 점에서다.
지난 6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그룹 간담회. <사진 = 뉴스핌DB> |
이상훈 사장을 이사회 의장에 추대하면서 삼성전자는 사상 처음으로 CEO와 의장을 분리한다. 이 같은 방식은 애플, 구글 등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채용하고 있다.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지주회사 체제가 아닌 삼성을 '그룹'이 아닌 계열사별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 사정에 밝은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현재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정착하는 과도기에 있다. 이런 상황에 과거의 잣대로 삼성의 상황을 판단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전했다.
한편, 오늘 간담회는 지난 6월에 이어 2번째로 열리는 것이다. 1차 회동 당시 참석했던 정진행 현대차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하현회 LG 사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에 참석하는 롯데에선 황각규 부회장이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에선 재벌 지배구조 개선과 일감 몰아주기 해소, 동반성장, 일자리 창출·비정규직 축소 등 재벌 개혁 문제와 관련해 심도깊은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